다급한 여당, 돌연 “철저 진상규명”

이용욱 기자

요구 일축하다 여론에 밀려

“교신일지 공개·책임 규명도”

한나라당이 갑자기 다급해졌다. 당 지도부는 천안함 침몰 일주일째인 1일에야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책임규명도 거론했다. 전날까지도 “군을 신뢰하고 침착하게 기다리자”면서 야당의 진상규명 요구를 “정략적”이라고 일축한 미온적 대응 기조와는 달라진 태도다. 사고 원인에 대한 각종 추측과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정부와 군 당국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진 것이 태도 변화의 원인으로 보인다.

<B>정보위 개최 공방</B> 국회 정보위 최병국 위원장(오른쪽)이 1일 정보위원장실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정보위 개최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 우철훈 기자

정보위 개최 공방 국회 정보위 최병국 위원장(오른쪽)이 1일 정보위원장실에서 민주당 박영선 의원과 천안함 사고와 관련해 정보위 개최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 우철훈 기자

이날 최고위원회에선 이런 기류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정몽준 대표는 “생존자 구조가 우선”이라면서도 “사고 진상은 당연히 밝혀져야 할 것이고 책임규명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군과 정부는 국가안보에 영향이 없는 한 사고 원인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바란다”면서 “2일 국회 긴급현안질의가 부족하다면 어떤 형태의 진상조사특위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천안함 침몰 대책 상황실장인 국방부 장관 출신의 김장수 의원도 “가장 좋은 것은 사실을 밝히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그 결과 최고위원회는 천안함 침몰 원인 규명의 핵심 단서로 지목받고 있는 해군 교신일지와 관련, “국가안보나 군사기밀에 결정적 침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공개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전날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군사적인 내용이 많다. 공개하기 곤란하다”고 밝힌 것과 대치된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비칠 수 있음에도 교신기록 공개를 촉구한 것은 여당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방증이다. 심지어 일부 최고위원들은 의혹 해소를 위해 정부 사고조사단에 ‘야당 추천인사’나 실종자 가족을 포함하자는 의견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한나라당의 이런 태도는 상황에 ‘떼밀린’ 측면이 강하다. 천안함 사고 발생 직후 ‘국회 특위 구성’ 등 야권의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 요구에 대해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던 터다. 하지만 침몰 원인을 놓고 각종 추측과 음모론이 확산되고 정부와 군 당국의 무능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진상규명을 주창하고 나선 꼴이다. 한나라당으로선 날로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방치할 경우 정권 차원의 불신을 증폭시켜 6월 지방선거에서 치명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