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렴청정에 인의 장막… 박근혜의 리더십 논란

이지선·임지선·강병한 기자

친박 ‘재창당 거부’ 의중 전달… 쇄신파 면담은 거절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59)가 ‘등판’ 전부터 리더십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지만, ‘수렴청정’ ‘인의 장막’ 논란이 탈당 사태까지 부른 것이다. ‘친박 핵심’ 의원들은 당 개혁과 거리가 먼 퇴행적 메시지를 “박 전 대표의 뜻”이라고 전해 쇄신파와 대치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입을 닫고, 그의 의중을 전하는 의원들이 늘어나면서 소통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쇄신파와 친박계 사이에 재창당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된 게 대표적이다. 박 전 대표가 ‘메신저’로 지목했던 친박계 핵심 의원은 쇄신파들에게 “박근혜의 뜻”이라면서 ‘재창당 거부’ ‘총선까지 전권을 가진 비대위 구성’ ‘당권·대권 분리 당헌 유지’ 등 3개 사항을 담은 쪽지를 전했다가 쇄신파의 집단 반발을 샀다. 일부 친박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뜻이라며 “공천권을 달라”고 했다가 ‘호가호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반대로 쇄신파 의원들의 면담 요청은 ‘인의 장막’에 막혔다. 김성식 의원(47)은 1주일 전 쇄신 방안을 담은 문건을 작성해 박 전 대표에게 직접 전달하고 대화하길 희망했으나, 박 전 대표가 ‘메신저’로 지목한 의원은 “재창당 문구가 있는데 어떻게 전할 수 있느냐”는 취지로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13일 의원총회에서 “친박 의원들께서 제가 몇 차례 접촉을 하면서 참 소통이 안됨을 느꼈다”고 했다.

원희룡 의원(47)은 “측근을 통해 전달되는 수렴청정, 선문답식 소통은 안된다”고 직격했다. 한 의원은 “인의 장막이 대화를 가로막았다. 절망적이다”라면서 “당에서 진정성 있는 몇 안되는 분들이 절망으로 떨어졌다”고 했다.

박 전 대표의 리더십을 이명박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 ‘오더 리더십’에 빗대는 목소리도 불거졌다. 의원총회에서 친박계가 ‘조직적’ ‘계획적’으로 쇄신파들을 몰아붙인 데 대한 힐난이었다. 정두언 의원(53)은 “우리가 (청와대) 오더대로 하다가 망했다. 청와대가 무력화된 지금은 또 다른 오더대로 하고 있다”면서 “뿌리부터 바꿔야 하는데 오더대로 하는 사람들끼리 뭘 하겠느냐. 그걸 보니까 너무 절망적이다”라고 했다. 사태의 본질은 ‘재창당’의 수용 여부가 아니라, 박 전 대표 주변의 인의 장막에 의한 ‘소통단절’이라는 것이다.

수렴청정에 인의 장막… 박근혜의 리더십 논란

친박 내에서도 우려가 터져 나왔다. 한 의원은 “계속 스피커가 문제가 됐다. 박 전 대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공천 얘기가 왜 나오느냐”고 지적했고, 또 다른 의원은 “친박 의원들이 겸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모든 혼란을 수습하려면 박 전 대표가 직접 의중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64)는 “박 전 대표가 나오지 않고 계신데 다 절차가 정리되면 충분히 말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대통령과의 불통 갈등이 박 전 대표로 옮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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