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기호 2번’에 졌다

심혜리 기자

새정치연합 무공천 철회… 기초선거 후보 공천키로

“국민에 사과… 선거 앞장 ”

새정치민주연합이 10일 당론을 뒤집고 6·4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기초의원 후보를 공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이석현 관리위원장이 여론 재수렴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 국회 본청 2층 당 대표실에 들어간 뒤 6시간30분 동안 나오지 않았다. 점심 무렵에는 도시락이 들어갔다. 식사는 혼자 했다. 측근들은 “안 대표가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안 대표는 전날 “당원 생각과 제 생각, 국민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선거 공천 여부를 놓고 전날 벌인 당원투표와 국민여론조사 결과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53.44%, ‘공천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46.56%로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오른쪽)가 10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6·4 지방선거 기초선거 공천 방침을 밝히며 당초 무공천 입장을 번복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한 뒤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오른쪽)가 10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6·4 지방선거 기초선거 공천 방침을 밝히며 당초 무공천 입장을 번복한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한 뒤 침통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

당원들은 공천을 더 많이 지지했다. ‘무공천’을 정치개혁 명분으로 내세운 안 대표의 ‘새정치’를 뒤집은 것이다. 당원들로선 ‘기호 2번’의 유혹을 떨치기 어려웠던 셈이다. 안 대표로선 새정치는 물론 대표로서의 리더십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퇴로 없는 무공천 주장을 고수해 통합신당 선언 후 40일 동안 야권을 혼란에 빠뜨린 책임이 안 대표에게 집중되고 있다. 안 대표가 한때 ‘무공천 철회’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 백의종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정당의 공천 여부를 국민에게 묻는다는 생각부터 이미 파국이 예견됐던 것”이라며 “여론조사를 통한 결정은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시키고, 정당정치의 책임을 붕괴시키는 최악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김한길·안철수 두 대표는 오후 4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 대표는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국민께 사과한다. 당원 뜻을 받들어 앞장서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안 대표 얼굴은 무표정하고 지쳐 보였다. 두 대표는 ‘무공천 파동’을 조기 수습하려는 의지를 보였지만 합당 명분을 잃은 안 대표가 선거를 진두지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안 대표가 정치 입문 이후 최대 시련을 통해 현실정치 적응력을 키울 것이란 우호적 시각도 있다. 새로운 출발과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안 대표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 결과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새정치의 종말을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안 대표는 지금까지 국민과 당원을 무시한 채 독불장군식으로 무공천을 고집하며 정치판을 어지럽게 만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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