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직접 사과” 기자회견 다음날 뒤늦게 악재 털기 나서
박 “고민정 떠나니 통증이 훅”…여권 지지층 의식한 행보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사진)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이라는 근본적인 선거 악재를 떨쳐내는 데 부심하고 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불러 논란이 된 남인순·진선미·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피해자 기자회견 다음날인 18일 박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사퇴했다. 피해자의 요구와 동떨어진 사과 등 ‘소극적 대처’로 비판받은 박 후보 측의 ‘뒤늦은 대응’이다. 그러나 박 후보는 고 의원 사퇴에 “아프다”고 말하는 등 여권 강성 지지층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 후보 측 공동선대본부장인 남 의원은 이날 “피해자에게 고통을 드린 데에 깊이 사과하고 피해자가 일상생활을 회복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사퇴했다고 박영선 캠프가 밝혔다. 공동선대본부장인 진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온전히 일상이 회복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선대위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 대변인을 맡은 고 의원도 SNS에 “잘못된 생각으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안겨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캠프 대변인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사퇴는 전날 피해자 기자회견 이후 박 후보 사과가 피해자 요구와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수습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는 전날 밤 SNS에 올린 사과문에서 “저희 당 다른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제게 해달라.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피해호소인 3인방’ 의원을 두고 “제게 직접 사과하도록 따끔하게 혼내달라”고 촉구했는데, 박 후보의 메시지는 이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됐다. 당 관계자는 “무엇을 잘못했고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며 “사과에 진정성을 담기 위한 내용과 시점, 형식 모두 놓쳤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고 의원 사퇴에 안타까운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SNS에 “고민정. 말없이 글을 남기고 떠난다 한다”며 “통증이 훅 가슴 한쪽을 뚫고 지나간다”고 썼다.
사과하면서도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박 후보의 대처에는 여권 지지층 결집을 노린 선거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전 시장 사건이 계속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상황이 부담스럽지만, 강성 지지층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반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박 후보는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조금 전 댓글을 보니 ‘고 의원 사퇴로 20만표는 날아갔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지지자들이 많이 섭섭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공세가 먹혀든 것처럼 비춰질 우려도 박 후보가 ‘피해호소인 3인방’을 선제적으로 조치 못한 이유로 보인다. 진성준·기동민·천준호 의원 등 ‘박원순 서울시’ 요직에 있던 의원들이 박 후보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