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021년 8월...어느 날짜가 중요한가.

유정인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을 두고 두 개의 날짜가 쟁점화하고 있다. 고발 사주 행위가 벌어진 날짜로 지목된 지난해 총선 직전인 2020년 4월과 이 사건의 제보자가 <뉴스버스> 최초 의혹 보도 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만난 2021년 8월이다. 전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한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후자는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이른바 ‘박지원 게이트’ 의혹과 닿아있다. 의혹과 의혹이 부딪히는 상황에서 어떤 날짜에 발생한 일이 수사 결과 드러날 사실관계와 합리적 의심에 부합하는지에 따라 정국 향방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두 개의 날짜가 집중 거론되는 데에는 사태의 본질을 바라보는 양측의 엇갈린 시선이 담겼다.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이자 공익신고자인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윤 전 총장 재직기에 검찰이 야당에 여권 정치인과 언론인들 고발을 사주한 것을 사안의 본질로 본다. 2020년 4월 3일과 8일은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이 텔레그램을 통해 ‘손준성’이라는 인물이 보내 온 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을 조 전 부위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날짜다. 이 사실관계가 공수처 수사에서 확정되는 게 핵심인 만큼, 자신과 박 국정원장의 ‘제보 모의’ 의혹 등은 야당의 물타기라고 본다.

조씨는 13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박지원 게이트’를 제기할 게 아니라) 2020년 4월 3일에 범죄를 저지르지 말았어야 한다. 이 사안은 2020년 4월 8일 이미 범죄가 종료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고발 사주 행위가 이미 끝난 2021년 8월에 박 원장과 만난 것을 ‘공작 정치’나 ‘모의’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그는 이어 “왜 공모했느냐고 덮어씌우기를 하려 하는데 이미 범죄사실이 종료돼 (두 의혹의) 근본 자체가 틀리다”면서 “(고발 사주 의혹이) 어떻게든 밝혀질 내용이었으면 공작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날 ‘손준성’이라는 인물이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임을 확인한 증거라며 두 인물의 동일한 텔레그램 프로필 사진 등을 언론에 공개했다. 김 의원과의 당시 대화창이 있는 자신의 휴대폰 등은 앞서 공수처와 검찰에 각각 제출했다. 휴대폰 속 정보를 손상없이 통째로 옮기는 이미징 작업 등 포렌식 절차를 마친 상태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는 지금까지 제 말이 사실이었음을 하나씩 밝혀냈다”면서 “윤석열과 그 캠프의 할 말은 오직 ‘공작’과 ‘조작’ 타령밖에 없는 것 같다”고 적었다.

이번 사안을 여권발 ‘정치공작’, ‘박지원 게이트’로 보려는 국민의힘은 조씨와 박 원장이 만났던 지난 8월 11일을 집중 부각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교롭게도 8월 10일과 12일에 (조 전 부위원장) 휴대폰에서 캡처된 메시지들이 언론에 공개됐다”면서 “국가정보원장이 제보자를 만난 시점 바로 앞뒤에 캡처가 이뤄져 박 원장이 모종의 코칭을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씨가 김 의원과 해당 대화가 이뤄진 지 1년4개월이 지난 시점에 대화창을 캡처하면서 증거를 남긴 게 의구심이 간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은 9월 2일 인터넷 언론 <뉴스버스>가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시점도 조씨가 박 원장 사이 모종의 상의에 따라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현재 박 원장과 조씨의 ‘공모’ 주장을 입증할 뚜렷할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8월 11일 만남에서 이 사건 관련해선 일체 논의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다른 동석자를 파악해 진술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의혹’ 공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윤 전 총장측은 이날 박 전 원장과 조씨 등을 공수처에 고발하고 수사를 촉구했다. 고발사주 의혹 진상규명 여부와 관계없이 야당의 ‘박지원 게이트’ 점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발사주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정치 공작’이라는 대응 프레임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고발사주 의혹의 사실관계가 무엇이든) 8월에 둘이 논의했으면 그게 바로 정치공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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