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등 떠밀린 쇄신’···자중지란 속 효과는 ‘미지수’

유정인·심진용·조문희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변화와 단결’ 의원총회에서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변화와 단결’ 의원총회에서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3일 선거대책위원회 전면 개편을 선언하며 쇄신 모드에 들어갔다. 대선 후보의 일정 중단, 선대위 요직들의 일괄 사의, 현역 의원 전원의 당직 사의 표명 등 정치적 함의가 담긴 굵직한 행보들이 이어졌다. ‘전격’ ‘파격’보다는 등 떠밀린 늑장 쇄신 행보에 가깝다. 갈등의 ‘주연’인 이준석 대표 거취 논란과 내홍은 현재진행형이고 ‘윤석열 패싱’ 논란도 더해졌다. 자중지란에서 벗어나 쇄신의 효과를 끌어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밝힌 전면 개편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윗선 구조조정으로 슬림형 조직을 만드는 것, 그리고 선대위와 윤석열 대선 후보의 ‘싱크로율’(일체화)을 높이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합류 전부터 주장하던 안들이다. 바탕에는 국민의힘 대선 전략의 무게중심이 대선 후보가 아닌 선대위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깔렸다.

이날 김 위원장을 제외하고 중앙선대위의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장 등은 후보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이 선대위 틀을 전면 개편하면서 대폭 구조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전원 재신임할지 선택적 재신임할지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선대위 6본부장 체제는 해체를 기정사실화했다. 윤 후보가 김 위원장 합류 전에 짠 구조로, 총괄선대본부장 대신 조직·정책·직능 등 부문별 총괄본부장을 병렬 형태로 뒀다. 중진급 인사들이 포진해 있어 김 위원장은 전권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반대해왔다.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사표를 내는 것”이라면서 “다만 ‘핸들’을 다 없애버리면 되겠는지 고민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 TV조선에 출연해 “본부장은 상황에 따라 변경시킬 수 있다”며 “새로 편성할 것은 총괄본부를 만들어서 후보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직접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을 제외하고 선대위 지도부 인사가 일괄 사의를 표하면서 ‘3김 체제’(김 위원장,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도 해체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선대위가 전면 개편을 택한 건 결국 지지율 때문이다. 지난 주까지도 “악의적 공세”(윤 후보), “헛소리”(김 위원장)라고 강하게 반박하던 데서 확 바뀌었다. 다수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확연히 떨어진 게 결정적 영향을 줬다. 선대위 공식 출범 직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오차 범위 밖으로 따돌리던 추세는 한 달도 안 돼 뒤집혔다. 대선 65일을 남기고 돌파구가 뚜렷하지 않자 김 위원장이 선대위 개편 카드를 밀어붙이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지율이)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지율은 하나의 지표이고 지금 상당히 위기고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있다)”고 했다.

향후 관건은 국면 전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단기에 해낼지다. 이날 노출된 몇 개의 장면은 불안정한 기류를 드러냈다. 당장 이날 쇄신의 시동을 거는 데 윤 후보와 김 위원장의 사전 조율이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이날 윤 후보에게 오전9시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전면개편을 선언할 거라고 미리 밝히지 않았다. 선대위 개편 과정에서 윤 후보와 김 위원장 사이에도 마찰이 빚어질 경우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쇄신 작업 전체가 어그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분위기는 일사분란한 비상태세보다는 혼돈에 가까웠다. ‘변화와 단결’을 주제로 열린 의원총회는 당 내분 성토장이 됐다. 대체로 이준석 대표의 거취 문제를 포함해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고, 일부에선 사퇴론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의총결과 의원들은 ‘후보 빼고는 다 바꾼다’는 방침을 내걸고 “모든 당직을 내려놓고 오직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전주혜 원내대변인)고 선언했다. 쇄신 작업에 힘을 싣는 동시에 이 대표를 압박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도 윤 후보 당선에만 올인하고 대표 권한은 내려놓아야 한다고 얘기했다”면서 “우리 당 인연이 없던 분을 후보로 모셔와놓고 당이 망신주는 게 지도부 역할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다른 의원은 “의원들이 선대위와 당직을 사퇴하기로 결의한 건 이 대표도 같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날 의총에 당초 참석 예정이던 윤 후보와 이 대표는 불참했다. 일부에선 이 대표의 의총 참석을 강하게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의총에 앞서 따로 열린 재선 의원들 모임에서도 이 대표 책임론과 함께 “당 대표도 의원들의 고언을 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총에서 제기된 책임론에 “제 거취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표 거취가 이후 국면에서도 당 내홍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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