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순간’ 마감한 김종인

조문희 기자

“윤 후보, 그 정도 상황 판단력이면 나와 같이 못 가

비전 안 보이니 지금껏 헤매는 것…이런 대선 처음”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왼쪽 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 사진 왼쪽)가 이날 선대위 개편 구상을 밝힌 후 첫 공개 일정으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왼쪽 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 사진 왼쪽)가 이날 선대위 개편 구상을 밝힌 후 첫 공개 일정으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5일 윤석열 대선 후보와 결별했다. 선대위 합류 33일 만의 퇴장이다. 김 위원장은 윤 후보에 대해 “그 정도의 정치적 상황 판단 능력이면 나와 더 이상 뜻을 같이할 수 없다”고 했다. 재합류 가능성에 대해선 “절대 안 일어난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와) 뜻이 맞지 않으면 헤어질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며 윤 후보 기자회견 전에 사퇴 의사를 공식화했다. 그는 “선대위를 전반적으로 개편하자고 했는데, 무슨 상왕이니 쿠데타니 한다”며 “그 정도 정치적 판단 능력이면 더 이상 나하고 뜻을 같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를 단출하게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자고 했는데, 항공모함을 만들어놔서 기동력이 없다”며 “기동 헬기라도 띄우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윤 후보가 정치와 선거를 처음 해본 사람이니 사람만 많이 모이면 좋은 줄 알고 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그게 잘 안 움직여 이런 현상이 초래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같은 대선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며 “대통령 되는 사람이 국정을 완전히 쇄신해 세계 속에 다음 세대가 중심으로 들어갈 디딤돌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 문제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고 보냐’는 질문에 “앞으로도 똑같다”며 “지금도 직책 없는 사람이 다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한다는 비전이 보이지 않으니 지금까지 이렇게 헤매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선 전망과 관련해선 “두고 봐야 할 일”이라며 “(윤 후보가)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논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별의 순간이 왔으면 제대로 잡아야 하는데, 잡는 과정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여야를 넘나드는 ‘킹메이커’로 불려왔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대선 캠프에 합류했고,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아 4·7 재·보궐 선거 승리를 지휘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윤 후보가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한 뒤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자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윤 후보의 대선 출마 선언, 국민의힘 입당, 경선 과정에서 조언하며 협력관계를 맺었다. 선대위 합류를 두고 우여곡절을 겪던 김 위원장은 지난달 3일 이른바 ‘울산 회동’ 직후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맡았다.

윤 후보의 강성 발언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불협화음이 표면화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윤 후보와 사전 상의 없이 선대위 전면 개편을 선언했다. 그는 “윤 후보에게 선대위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의 최종 결정은 ‘홀로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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