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든 나경원…결국 ‘윤심 전대’

유정인·조문희 기자

나 전 의원 “용감히 내려놓겠다”

국민의힘 당대표 불출마 선언

친윤 압박에 지지율 하락 부담

윤 대통령, 전대 책임론 부상

백기 든 나경원…결국 ‘윤심 전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여당 전당대회(전대)가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대회로 정리됐다. 차기 국민의힘 대표 유력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사진)이 25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여당 전대가 윤심 확인 대회로 굳어졌다.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과 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전방위적 압력과 지지율 하락을 이겨내지 못했다. 윤 대통령의 여권 장악력은 높아졌지만 정무개입 논란, 전대와 내년 총선에 대한 책임론에도 스스로 불을 지피게 됐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솔로몬 재판에서 ‘진짜 엄마’의 심정으로 이번에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나 전 의원은 “이제 선당후사(先黨後私), 인중유화(忍中有和) 정신으로 국민 모두와 당원 동지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과 비전을 찾아, 새로운 미래와 연대의 긴 여정을 떠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포용과 존중을 절대 포기하지 마라.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실과 당을 향한 쓴소리를 남겼다. “오늘 이 정치 현실은 무척 낯설다”고도 했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결정은 대통령실과 친윤계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내놓은 지난 5일 ‘출산 시 부채 탕감 검토’ 발언부터 대통령실의 공개 비판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나 전 의원을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전격 해임했고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17일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면박을 줬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친윤계 의원들의 공격도 계속됐다.

지지율 하락도 나 전 의원의 발목을 잡았다. 부위원장직에서 해임된 직후인 지난 14일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2위로 내려앉았다는 결과가 처음 나왔다. 이후 반등은 없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전대 과정에 윤 대통령이 개입한다는 논란을 의식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의 불출마가 ‘순리’라고 보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결국 자신에게 더 좋은 방향으로 결정했다”면서 “당무개입이 아니라 대통령 직속 위원장으로서의 그간의 행보에 비춰보면 오해를 살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간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의 여당 대표 출마 여부에는 침묵하면서도 나 전 의원 행보를 문제 삼아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어왔다.

■주저앉은 나, 명분·실리 모두 놓쳐…‘총선 공천 못 받을 것’ 예측도

나 전 의원의 정치적 미래는 불투명하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채 주저앉았다. 당내에서는 차기 총선에서 공천받지 못할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당대표 경선은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 간 2파전 구도로 압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국민의힘이 전대 룰에서 당심 비중을 100%로 높인 것은 여론조사에서 전체 국민 선호도 1위였던 유승민 전 의원의 부상을 막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당심에서 1위를 달리던 나 전 의원의 불출마에도 대통령실의 ‘비윤’ 후보 낙인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민심과 당심에서 각각 선호도가 높았던 차기 당대표 후보들이 ‘윤심’에 따라 정리된 셈이다.

이에 따라 전대 결과와 차기 지도부 성패에 대통령실 책임론이 연계되는 것은 불가피해졌다. 여당 전대의 유일한 변수가 ‘윤심’이 되면서 미래 비전과 건강한 당정 관계를 말하는 목소리는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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