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입학·주 69시간 이어…정책 혼란 낳는 ‘즉흥 발언’

조미덥·조문희 기자

민감한 사안 ‘사회적 논란 야기 → 유야무야 봉합’ 반복
“해당 부처와 사전 조율되지 않은 발언 자제해야” 지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정부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정부 업무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지시 외에도 정책이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 즉흥적 발언으로 정책 혼란을 가중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만 5세 입학과 연장근로시간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교육부 업무보고를 받고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사안의 폭발력이 강한 데다, 집권 초 대통령 발언으로 힘이 실리니 만 5세 입학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사전 의견 수렴 절차가 없었던 상황에서 학부모와 교육계의 반발이 거셌다. 결국 열흘 만에 박순애 당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만 5세 입학은 사실상 철회됐다.

그보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월 단위로 바꾸는 방안(주 최대 92시간 노동 가능)을 발표했는데, 이튿날 윤 대통령이 출근길문답(도어스테핑)에서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혼란이 일었다. 장관의 공식 발표를 대통령이 하루 만에 부정했기 때문이다. 이후 근로시간 개편은 지난 3월 ‘주 최대 69시간’ 노동안으로 발표됐다가 젊은층 반대로 유야무야되는 등 1년째 표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산층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경제부처와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예다. 난방비 폭등으로 지지율 하락 조짐이 보이자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됐다. 기획재정부가 예산 부족으로 난색을 보이면서 정부는 결국 기존의 취약계층 중심 지원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9월 국정기획수석을 신설해 부처와의 정책 조율을 강화하는 한편 그해 11월 출근길문답을 없애 윤 대통령의 발언 창구를 줄였다. 지난 3월 국민의힘에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한 후 정책에 대한 당정 소통을 크게 늘렸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2020년 12월3일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 마련된 수능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인 2020년 12월3일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 마련된 수능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하지만 이번 수능 관련 발언에서 볼 수 있듯 윤 대통령의 즉흥적인 발언 스타일로 인한 문제는 이어졌다. 윤 대통령이 국정·정치 경험이 적고, 검찰의 상명하달식 지시 전달체계에 익숙하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무르익지 않은 정책이 이슈로 불거져 이해당사자들이 반발하고, 이를 조율하는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해결책으로는 국무회의를 통한 대통령과 부처 간 소통 활성화, 대통령실 참모의 보좌 기능 강화 등이 거론된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이 각 부처와 조율되지 않은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수능·입시처럼 윤 대통령의 전문성은 약하고, 국민의 관심이 폭발적인 사안에선 더욱 그렇다. 윤 대통령이 정책추진 방식을 수정하지 않으면 남은 4년의 임기 동안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어떤 정책과 관련된 최종적인 발표 성격이 강한데, 윤 대통령이 여과·정제되지 않은,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발언을 하는 일이 많다”며 “집권 초엔 국민이 시행착오로 이해할 수 있는데, 2년차에도 그러면 아직도 그러느냐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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