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협력 끊겠다"…미얀마 군부 첫 제재

김유진 기자

정부가 12일 군부 쿠데타로 유혈 사태가 발생한 미얀마에 대한 첫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한 군·경과의 협력을 중단하고, 전략물자 수출을 보다 까다롭게 하는 것이 골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 정상 중 가장 먼저 미얀마 당국의 대응을 규탄하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정부 차원에서 실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외교부, 기획재정부, 국방부, 법무부 등 7개 부처는 이날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거듭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과 경찰 당국의 무력 행사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국방·치안, 전략물자 수출, 개발협력 등 3개 분야의 대응 조치를 발표했다.

국방부는 미얀마 측과 추진하던 국방정례협의체나 미얀마 군 장교에 대한 신규 교육훈련을 중단한다. 경찰청 역시 치안 분야 업무협약(MOU) 체결을 중단할 계획이다. 화학물질 등 산업용 물자 수출 심사를 강화하고, 2019년 1월 이후 수출된 적이 없는 최루탄 등 군용물자의 경우도 수출을 아예 불허한다. 정부는 또 인도적 목적의 사업을 제외하고 개발협력사업 전반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 내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에 대해선 인도적 특별체류조치를 실시해 미얀마 정세가 안정될 때까지 임시 체류자격으로 국내에 머물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국내에는 근로자와 유학생 등 미얀마인 2만5000∼3만명이 있다.

정부가 민주주의 악화를 우려하며 제3국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한 것은 드문 일이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포함해 아시아 국가 중에서 미얀마 유혈사태 확산에 대응하는 조치를 내놓은 나라도 한국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민주화운동 등 민주화 경험을 지닌 한국이 그 위상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가치 외교’를 중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보조를 맞출 필요성도 고려했을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그만큼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중요하게 느끼기 때문에 여러 차례 성명 발표 이후 실질적 조치 단계로 접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미얀마 정세와 국제사회 동향을 지켜보며 추가 대응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우선적으로 공적개발원조(ODA) 중점협력국인 미얀마에 대한 유·무상 원조 규모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기준 미얀마에 제공된 ODA 규모는 유·무상 합쳐 약 9200만달러로로, 국가별로는 세 번째로 많았다. 재검토 대상에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지원을 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한·미얀마 경협 산업단지’ 등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무상 원조 사업을 재검토하되, 민생과 직결된 사업이나 보건·방역 등 인도적 지원 사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정부의 제재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민간 부문 투자까지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은 “한국 기업의 미얀마 투자 등 국제사회도 문제제기하는 부분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는 점은 아쉽다”며 “ODA 재검토 과정에서 시민사회 의견 수렴 절차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12일 군인들이 시위대가 쌓은 바리케이드 뒤편에 서 있다. 양곤/AP연합뉴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12일 군인들이 시위대가 쌓은 바리케이드 뒤편에 서 있다. 양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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