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위안부·강제동원 배상 등 구체적 언급 없이, 일본을 “힘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 규정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미래’ 강조한 한·일관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관계 관련 언급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조속히 관계를 개선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비교적 간략하게 담겼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 등 과거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협의회 논의에서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고 피해자 측이 정부의 해결책 모색 방안에 반발하는 등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15일 경축사에서 일본을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규정하며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일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을 제시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해 한·일관계를 빠르게 회복·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언급은 과거사에 뿌리박은 일본과의 갈등을 끝내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바탕으로 미래를 위한 협력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사회가 분열된 가운데 북핵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전략적 관계가 중요해진 국제 정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인식 전환’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대선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문제 이런 것들과 한·일 안보협력, 경제·무역 문제 이런 현안들을 전부 다 같이 하나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랜드바겐 방식으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를 다른 양국 간 현안과 함께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정치적 타협’을 하는 것이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윤 대통령은 한·일 간 최대 쟁점인 강제동원 가해기업의 국내 자산 현금화가 목전에 다가온 상황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정부는 민관협의회에서 논의된 여론을 수렴해 조만간 정부안을 제시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골격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관련 언급 대신 한·일관계의 지향점을 강조하는 선에서 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이 식민지배로 한국 국민에게 안겨준 고통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포함된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한·일관계의 포괄적 미래상으로 제시한 것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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