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느리고 소극대응…반전기회 놓쳐

김광호·이지선 기자

돈 공천·과거사·쇄신론 등 위기 길어지는데 ‘원칙론’뿐

“보수의 무능” 자조 목소리도

‘신중한 것인가, 아니면 무능한 것인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위기가 길어지고 있다. 위기상황이 닥칠 때마다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결단력도 보이지 않는다. 외부인사 영입과 당내 경쟁자를 포용하는 등 용인술에서도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이를 정리하고 수습하는 행보도 더디고 고집스럽기만 하다. “보수의 무능”이란 자조도 들린다. 당내에서는 지도자의 정치력 부재는 결국 지지층 이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수의 위기’란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8일 대전 유성구 구성동에 있는 카이스트에서 과학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에게 당 쇄신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8일 대전 유성구 구성동에 있는 카이스트에서 과학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에게 당 쇄신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강윤중 기자

■ 경직돼 있는 위기 대응

박 후보의 대응 양상은 친박근혜(친박)계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의 돈 공천 의혹 정국과 과거사 사과 정국, 이번 쇄신 정국까지 거의 판박이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막바지 불거진 측근 현 전 의원의 의혹엔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려 보자”며 선을 그었다. 안일한 인식이라는 비판과 함께 다른 경선 주자들이 TV토론을 보이콧했고, 지지율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자 그제야 당의 손을 빌려 관련자들을 제명했다. “인혁당 2개 판결” 발언으로 촉발된 과거사 사과 정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혁당 사건에 대한 또 다른 증언이 있다”거나 홍일표 대변인의 사과 논평 철회 등 갈수록 혼란을 키웠다. 지지율이 급락하자 지난달 24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했다. “소통 부재”와 “실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처럼 박 후보 위기 수습 행보는 경직됐다는 평가가 많다. 쇄신론이 제기된 직후 “지금은 힘을 모아야 할 때”(4일 부산 방문 중)라고 한 것처럼 일단 ‘원칙론’으로 거부해놓고 본다. 이는 내부 반발을 키우면서 위기정국의 ‘주도권 상실’로 이어지고, 결국 야당 등 외부의 강한 비판과 함께 지지율이 급락하는 ‘외부 도전·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그제야 이번 최경환 비서실장의 사퇴처럼 여론에 밀려 해법을 내놓지만 그나마 찔끔 식이다. 그 결과 해법을 내놓고도 ‘실기’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한마디로 ‘원칙론 → 주도권 상실 → 내부 반발과 외부 도전(위기 심화) → 찔끔 해법 → 실기 논란 → 무능 노정과 실점’의 악순환이다.

당 선대위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박 후보 인사를 볼 텐데 그럼 과연 대통령이라고 보겠느냐. 문책도 너무 늦고, 대응도 너무 늦다”면서 “후보가 실수하면 참모가 책임지고 넘어가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그냥 꼬인 채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 왜곡된 쇄신 인식

이처럼 늦은 대응에는 쇄신 요구나 과거사 사과 요구 등을 권력투쟁이나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인식의 문제가 주요한 원인이다.

박 후보가 8일 추가적인 인적쇄신 요구를 “선거를 포기하자는 이야기 같다”고 거부한 것도 그 때문이다. 충북지역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간담회에서 “위기상황 때는 항상 당이 시끄러웠다. 내부 권력과 자리싸움이 있는 것이 정치권의 특징”이라는 설명에서 보듯 ‘인적쇄신=권력투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쇄신파들의 요구를 음모적인 ‘후보 교체론’으로 박 후보에게 보고하는 내부 흐름도 있다는 전언이다.

쇄신파들이 “박 후보가 상당히 왜곡된 보고를 받는 것 같다. 허탈하다” “모욕감을 느낀다”(당 관계자)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다.

문제는 이 같은 위기 대응 실종이 정치적 무능으로 이어지고, 지지층 이완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경향신문과 리서치 플러스의 3일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층이 박 후보 지지층이거나, 보수, 새누리당 지지층으로 나타난 것이 대표적이다. 한 재선의원은 “후보가 인식을 바꿔야 한다. 쇄신 요구가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폄하당하니까 가만히 있는 게 제일 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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