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자리 싸움은 정치권 특징” 쇄신론에 ‘권력 다툼’ 일축

박병률·임지선 기자

전 비대위원들 “이한구·박 후보 비서진 사퇴” 결단 촉구

새누리당은 8일 하루 종일 쇄신 소용돌이에 빠졌다. 박근혜 대선 후보가 쇄신 요구를 “선거를 포기하자는 이야기”라며 비판한 것이 시작이었다. 쇄신을 외쳐온 당내 인사들은 격앙했다. 초선, 재선 의원과 비판적 친박근혜(친박)계 의원, 과거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들까지 밤이 이슥하도록 삼삼오오 모였다. 쇄신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전날 최경환 후보비서실장의 사퇴에도 잦아들지 않던 당내 쇄신론은 오전 이한구 원내대표의 사퇴 거부와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의 라디오 인터뷰로 다시 커졌다. 특히 한 전 대표는 “당시 (나라종금) 수사검사에 문제가 있었다. 나는 오히려 검찰 쇄신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자신의 영입에 반발한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을 탓했다.

급기야 안 위원장은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 “지난 토요일 쇄신특위 긴급회의에서 새로 영입된 인사들이 중요 직책을 맡아 임명된다면 쇄신위원 상당수가 사퇴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당초 티타임을 통해 입장을 밝히려다 작심한 듯 공식적인 기자간담회로 수위를 올렸다.

앞서 김무성 선대위 공동의장은 남경필·김세연 의원과 구상찬 전 의원 등 쇄신파를 만났다. 이들은 당이 “한계선상에 있다”는 인식에 공감했다.

하지만 쇄신 요구를 ‘권력투쟁’으로 비판한 박 후보의 한마디는 당을 공황에 빠뜨렸다. 사실상 정면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한 재선의원은 “사퇴하는 사람(최경환 의원)만 충정이 있고 현장에서 위기감을 안고 돌아와 ‘이걸 좀 제대로 해보자’는 사람들은 충정이 없단 말이냐”고 했다. 당 대선 기구의 한 관계자는 “백약이 무효다. 이를 계파싸움, 후보 흔들기로 본다면 (대선에서) 지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후보의 강경 발언에 의아함을 느끼는 이들도 있다. 한 당직자는 “박 후보가 쇄신 주장을 후보 교체론과 연관시켜 자신을 흔들려는 의도라는 보고를 받은 것 같다”며 “자리를 챙기려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성태·신성범·김용태·안효대·김학용 의원 등 재선의원 5명은 비공개 회동을 갖고 모임에 동석한 이학재 후보 비서실 부실장에게 쇄신 의견을 전달했다. 한 의원은 “뭔가 조치는 있어야 한다. 화살은 지도부를 향해 있지만 후보의 리더십과 상황인식을 바꾸는 게 핵심”이라고 당내 대선 패배 위기감을 전했다. 이 부실장은 “후보 입장을 이해해 달라. 가뜩이나 김종인·안대희 위원장으로 힘이 드는데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설득했다.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들도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중심으로 서울 강남 모처에서 머리를 맞댄 후 ‘새누리당은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쇄신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한구 원내대표와 친박 측근 실세 및 비서진의 2선 후퇴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 후보는 이날 밤 황우여 대표, 이 원내대표와 함께 김무성 전 의원 등 선대위 의장단과 만나 쇄신 요구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일각에선 현실적 방안으로 이 원내대표와 서병수 사무총장이 퇴진하고, 황우여 대표는 전대를 통해 선출된 만큼 향후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고 당무만 맡는 일종의 ‘2선 후퇴’식 해법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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