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안, 숨가빴던 ‘8시간20분’… 회동 25분 만에 합의

김진우·광주 | 조미덥 기자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 진영에는 18일 하루 종일 긴장감과 초조함이 감돌았다. 양측은 파행 상태에 빠진 후보 단일화 협상을 되살리기 위해 분초를 다툴 정도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주거니 받거니 언론을 통해 메시지를 계속 전달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오전 11시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했다. 이 대표가 전격 사퇴하는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행을 겪는 단일화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지난 16일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당 지도부는 긴급회의에서 사퇴 의사를 재확인한 뒤, 실무자들에게 기자회견 준비를 시켰다.

■ 12:00 이해찬 사퇴
“정권교체 절실, 어떤 개인적 희생도 감수”

이 대표와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국회 당 대표실에 섰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거취가 결코 정권교체를 위한 단일화를 회피하거나 지연하는 핑계가 돼선 안된다는 일념으로 무거운 소임을 내려놓는다”며 “정권교체가 그 무엇보다 절박한 일인 만큼 그 어떤 개인적 희생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최고위원들도 돌아가면서 “두 후보는 단일화에 매진해달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광주 충장로 한 식당에서 광주지역 인사들과 오찬 간담회를 하면서 “광주 방문이 끝나고 서울에 올라가는 대로 문 후보를 만나서 단일화를 재개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고자 한다”고 밝혔다. 두 후보 간 회동을 제안한 것이다.

■ 12:30 문재인 회견
“협상 타결 위해 단일화 방안 안 측에 일임”

이번에는 문 후보가 나섰다. 그는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 방식이든 ‘여론조사 플러스알파’든 단일화 방안을 안 후보 측이 결정하도록 맡기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여론조사든 더해서 배심원 투표나 공론조사를 하거나 어떤 것이든 안 후보가 결정해주면 협상팀이 만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협의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방식이든 안 후보가 원하는 것을 수용하겠다는 ‘배수진’이다. 예상치 못한 발표에 당직자들마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문 후보는 다만 “늦어도 24일에는 단일 후보가 결정돼야 한다.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구체적 방법이 20일까지는 합의가 돼야 원만히 실행될 수 있다”며 “그래서 당장 오늘 밤부터라도 협의를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안 후보가 앞서 ‘가장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겠다’고 한 것에 “환영한다. 언제든 시간과 장소가 협의되는 대로 만나겠다. 단일화 협상팀도 조속하게 만나 구체적인 단일화 방안을 협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가장 가까운 시간 안에 두 후보가 만나야 할 것”이라며 “오후 1시에 안 후보 말씀이 있을 것”이라고 입장 표명을 예고했다.

■ 13:00 안철수 화답
“내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 꼭 이루겠다”

안 후보도 즉시 화답했다. 그는 광주 금수장 관광호텔에서 지역 언론사 기자간담회를 하고 “두 후보가 실무자에게 맡기지 말고 함께 뜻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자”며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가 단일화 방식을 자신에게 일임한 데 “단일화는 양측 지지자들 마음을 하나로 합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문 후보와 만나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또 “이해찬 대표의 살신성인을 잊지 않고 높이 평가하고 존중한다”며 “뜻이 헛되지 않도록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꼭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객관적으로 분석하면 단일화가 되더라도 박빙이라고 생각한다”며 “누가 단일 후보가 되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쇄신의 모습을 보여야만 겨우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두 후보가 회동 의사를 밝히면서 양측 실무 접촉도 바쁘게 진행됐다. 양측은 노영민·조광희 비서실장 간 전화통화를 통해 회동 일정과 장소를 조율했다.

이날 오후 4시 반에 안 후보는 광주의 남은 일정을 소화하고 서울발 비행기를 탔다. 이날 저녁 예정돼 있던 언론사 인터뷰도 취소했다. 안 후보 측은 물론 문 후보 캠프도 일정을 비운 채 회동에 대비했다. 그러면서 회동 방식과 시간, 장소를 논의했다.

■ 19:55 문·안 회동
가합의 해놓은 ‘공동선언문’ 밤 9시 발표

두 후보의 회동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양 캠프는 오후 6시쯤 두 후보 회동 시간과 장소를 확정했다.

회동장소인 서울 정동의 한 음식점에 안 후보가 예정시간보다 10여분 먼저 도착했다. 곧이어 3분 뒤 문 후보가 도착했다. 두 후보 모두 상기된 얼굴이었다.

두 후보는 오후 7시55분 테이블에 앉자마자 배석자 없이 논의에 들어갔다. 두 후보 간 논의도 오후 8시20분쯤 끝났다. 두 후보는 논의 시작 30분이 채 안돼 음식점 문을 열고 나와서 악수를 했다. 닷새째 중단됐던 단일화 협상이 재개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제스처였다.

새정치공동선언문이 오후 9시에 발표됐다. 이미 가합의를 해놓은 상황이었다. 두 후보가 단독회동에서 그 내용을 합의해 추인하자 별다른 행사 없이 발표했다. 최대 쟁점이던 국회의원 정수 문제는 축소·확대·유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조정한다’로 해놓았다.

국무총리의 장관 인사 제청권 같은 대통령의 권한 축소, 의원연금 폐지 등 국회의원의 기득권 폐지는 이 합의문에 그대로 담겨줬다.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협상 2차 회동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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