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돈의 벽’에 부딪힌 정치 신인들

심진용·김상범 기자

청년들 고군분투 이야기

[정치 약자들의 힘겨운 총선]①‘돈의 벽’에 부딪힌 정치 신인들

4·15 총선 서울 마포을에 출마하는 정의당 오현주 후보(41)는 1일 원동기 면허시험을 치른다. 전동 킥보드를 타고 선거 유세를 벌일 계획이라 면허부터 따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필기시험에는 합격했지만 기능시험에서 떨어졌다. 재수 합격을 위해 오 후보는 오토바이 ‘특별 과외’까지 받았다. 선거운동에 1분 1초가 아깝지만 어쩔 수 없다. 부족한 살림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선거를 치르기 위해 선택한 킥보드 유세전을 쉽게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용 아끼려 ‘킥보드 유세’ 준비
자기 손으로 공보물·현수막까지
가진 연락처도 없어 홍보 힘들어
“각 정당, 신인 위해 적극 노력을”

정치 신인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현실의 벽은 돈이다. 미래통합당에서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에 출마하는 천하람 후보(34)도 허리띠를 졸라맸다. 사무소와 현수막 크기부터 최대한 줄였다. 천 후보는 31일 “상대 후보 사무소는 예식장처럼 번쩍번쩍한데, 우리 형편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사무소 유급 직원은 2명만 뒀고, 2일부터 시작하는 공식 선거운동 때 필요한 선거운동원도 아예 동원하지 않거나 최소화할 방침이다.

여당 후보라고 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서울 동대문을에 나서는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후보(37)는 “다선 현역들의 선거전이 삼성 컴퓨터 완제품을 사는 거라면, 우리는 용산에서 부품을 사다 조립하는 식”이라고 하소연했다. 선거공보물부터 현수막 도안까지 외주업체 도움을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자기 손으로 해결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힘이 들지만, 티를 낼 수는 없다. 후보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지역에서는 “젊은 사람이 별수 있나”라는 말부터 나온다.

선거법이 묶어놓은 규제도 정치 신인들을 옥죈다. 명함 규격부터 공보물 배부까지 제한 사항이 많다. 오 후보는 “예비후보 때 열심히 얼굴을 알려야 하는데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더라”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선거운동까지 제한됐다. 오 후보 측 선거사무장을 맡고 있는 김민석씨는 “명함 5만장을 미리 주문했는데, 쓰지도 못한 명함 1만장이 사무소에 그대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고충은 더 크다. 장 후보는 “선거 문자를 보내려면 연락처부터 확보해야 하는데, 권리당원 명부를 쥐고 있는 현역들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동문회며 산악회며 행사 일정을 챙기는 것부터가 힘들다”면서 “현역들은 따로 챙기지 않아도 구의원들을 통해 쉽게 정보를 얻지만, 우리는 일일이 전화를 돌려도 일정 확인이 쉽지 않다”고 했다. 천 후보는 “우리 사회는 아직 젊은 사람을 리더로 받아들이는 데 낯설어한다”며 “변호사 타이틀이 있는 나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고군분투 선거전 속에서도 이들은 “더 많은 신인들의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후보는 “민주당과 함께한 지 15년이다. 당에서 성장한 청년이 국회까지 진출하는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했다. 장 후보는 대전 동구의 장철민 후보(37)와 함께 민주당 경선을 통과한 30대 후보다. 오 후보는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신인이 거대 정당 유명 정치인들보다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젊은 보수’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천 후보는 “정치 신인들을 위한 각당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금 문제부터 선거전 실무 역량까지 체계적인 지원과 육성이 아쉽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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