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에 밀린 정의당, 지도부 총사퇴···“바닥부터 다시 시작”

여영국 대표 등 정의당 대표단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이 6·1 지방선거 당선자 9명(시·군·구의회 의원 6명,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3명)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여영국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총사퇴했다.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제3정당으로서의 정의당의 존재감이 사라지며 당내 위기감도 팽배하다.

여 대표는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국민들께서 너무나 냉정한 판단과 엄중한 경고를 보내신 것에 대해서 정의당 대표단은 겸허하게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더 성찰하고 쇄신하는 마음으로 비상대표단 회의에서 당대표를 비롯한 대표단 전원이 총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여 대표는 “진보정당을 처음 시작하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군·구의회 의원 6명(인천·광주·강원·전북 각 1명, 전남 2명)과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3명(전남 광역·기초의원 비례 각 1명씩, 전북 광역의원 비례 1명)을 배출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선자 37명에 비하면 훨씬 부진한 성적이다. 광역단체장 및 기초단체장 선거와 시·도의회 의원 선거에선 전멸했다.

당 지도부가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며 견인 효과를 노렸으나 실패했다. 경남지사에 출마한 여영국 대표는 득표율 4.01%에, 인천시장에 출마한 이정미 전 대표는 3.17%에 그쳤다. 권수정 서울시장 후보는 1.21%를 얻었다. 수도권에서는 인천 동구 가선거구에 출마한 김종호 후보가 유일하게 당선됐다. 현실적 목표였던 현역 지방의원 재당선도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는 진보당보다 저조한 결과다. 진보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을 비롯해 시·도의회 의원 3명, 시·군·구의회 의원 17명까지 총 21명이 당선됐다.

당내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당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충격 자체가 아니라 당의 존립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후보가 대선에서 득표율 2.37%를 받은 데 이어 지방선거마저 진보당보다 저조해 원내 진보정당으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당이 조금 보완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비상대표단 회의에서도 “성적표가 나와 있으니 대표단이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정의당은 조만간 전국위원회를 열어 대선과 지방선거 평가를 총체적으로 내리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다. 그 전까지 이은주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으로서 당무를 겸한다. 9월 하순으로 예정된 당직 선거를 앞당겨서 치를 수도 있다. 새로운 당 지지기반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노선 투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내에선 방향성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솔솔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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