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갈랐던 ‘부동산 표심’···이번 총선 우리 동네는?

비싼 집값, 한강벨트 3곳 국민의힘 승리

양당 득표차와 집값 상관관계 대선보다 높아져

서울 동작구을 선거구는 이번 4·10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지역 ‘최대 격전지’중 하나로 분류됐던 곳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번이나 이곳을 찾아 류삼영 후보의 유세를 돕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였다. 서울 전역에서 민주당 쪽으로 표심이 이동했는데, 이 지역 여당 표심은 지난 대선 대비 2.1%포인트만 이탈해 최저 수준을 보였다.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인 서초을(15.5%포인트), 강남병(14.9%포인트), 강남갑(12.8%포인트), 강남을(10.0%포인트) 등에서 2년전 대선 대비 10%포인트 넘는 표심 이탈이 발생한 것과 대비된다.

동별로 보면 동작구을 7개 동 중 5개 동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특히 흑석동에서는 국민의힘이 61.2%를 득표하며 몰표를 가져갔다. 흑석동은 아크로 리버하임, 롯데캐슬 에듀포레 등 고가 아파트들이 있어 종합부동산세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다. 흑석뉴타운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이곳은 대선 당시에도 59.5%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다. 사당4동은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가 6.6%포인트 앞섰고 이번에도 민주당이 이겼지만 그 차이는 1.6%포인트로 줄었다. 사당4동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주택재개발 2차 후보지에 선정된 곳으로 재개발 이슈가 여론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종합적으로 볼때 서울 동작을의 승패에 부동산이 여전한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정권심판론 속에서도 ‘부동산 표심’ 여전

정권심판론 속에 야당의 승리로 막을 내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부동산 표심’이 주요한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가 서울 지역의 아파트 거래가와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의 득표율 차이(%포인트)에 대해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니 상관계수가 0.76으로 나타났다. 대선 당시 이 값은 0.74였는데 미세하게 더 높아진 셈이다. 상관계수의 값은 1에 가까울수록 강한 상관관계를 의미한다. 즉, 집값이 비쌀수록 국민의힘의 득표율이 높았다는 의미다. 분석에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나온 아파트 가격을 이용했고, 대선·총선 직전 1년간 거래가가 존재하는 행정동 200여 곳을 대상으로 했다.

대선 갈랐던 ‘부동산 표심’···이번 총선 우리 동네는?

동별로 보면 강남구 압구정동(81.9%), 도곡2동(75.5%), 서초구 반포2동(75.2%), 반포3동(74.3%), 강남구 신사동(73.3%) 등에서 국민의힘 득표율이 높았다. 모두 부동산 가격이 높게 형성된 지역으로 이중 신사동은 최근 1년간 평균 아파트 실거래가가 전체 행정동 중 두번째(3.3㎡당 1억1227만원)로 높았다. 이어 실거래가가 집계된 곳 중에서 강남구 청담동(73.1%) 서초구 잠원동(72%), 강남구 삼성1동(70.8%), 강남구 대치1동(69.9%) 등도 높은 득표율을 보였는데, 각각 3.3㎡당 8136만원(10위), 9455만원(4위), 8447만원(8위), 9352만원(5위)을 기록하면서 모두 10위권 안에 들었다.

이에 비해 민주당 득표율이 높았던 곳은 구로구 구로3동(64%), 중랑구 면목5동(62.7%)과 상봉2동(62.2%) 등이었다. 실거래가가 집계된 곳 중에서는 금천구 가산동(61.8%), 은평구 신사1동(61.8%), 은평구 역촌동(61.1%), 노원구 중계본동(60.9%), 강서구 발산1동(60.65%) 순으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이곳 아파트 실거래가는 3.3㎡당 2200~3700만원 선에서 형성돼 서울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했다.

선거구별로 넓혀 보면 3.3㎡당 아파트 실거래가 하위 10개 선거구에서는 도봉구갑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반면 상위 10개 선거구 중에서는 송파구병을 제외하고 모두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감지됐다. 대선 당시 득표율을 이번 선거구별로 분석해 보니 서초구갑(69.8%), 강남구을(62.1%), 송파구을(61.6%) 등 상위 10개 선거구에서는 모두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했다. 도봉구을(48.9%), 강북구갑(51.3%), 구로구갑(48.2%) 등 하위 10개에서는 모두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윤 후보를 앞섰다.

대선 갈랐던 ‘부동산 표심’···이번 총선 우리 동네는?

‘한강벨트’ 승리 좌우한 부동산 계급론

최대 격전지인 ‘한강벨트’ 9개 지역구 중 국민의힘이 승리한 마포구갑, 동작구을, 용산 등에서도 ‘부동산 표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작구을에서는 3.3㎡당 평균 실거래가가 5963만원으로 가장 높았던 흑석동에서 국민의힘이 크게 앞섰다. 이어 상도1동(4495만원), 사당1동(4493만원) 등 평균 실거래가 2~3위 지역도 모두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마포구는 제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모든 행정동에서 승리했지만 지난 대선에선 절반이 넘는 동에서 윤석열 후보가 승리해 분위기가 반전된 곳이다. 이번 선거에서 마포구을 지역은 모든 동에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았지만 마포구갑 지역은 7개 중 4개 동이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그중에서도 약 4000가구에 달하는 ‘마래푸(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를 비롯해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아현동에서 국민의힘에 52%의 표를 줬다. 용강동에서도 52.1%가 나왔다. 두 지역은 평당 아파트 실거래가가 6195만원, 6048만원으로 마포구에서 가장 높다.

용산구는 표심이 남북으로 갈렸다. 한남동, 이촌1·2동, 서빙고동을 중심으로 고급 아파트 단지가 위치한 남쪽 지역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반면, 후암동·청파동·남영동 등 북쪽 지역은 민주당 득표율이 높았는데 이곳은 대학가와 서울역 일대 쪽방촌이 밀집해 있다. 한남동, 보광동, 이촌1동, 한강로동 등 용산구에서 아파트 실거래가 1~5위를 기록한 지역 모두에서 국민의힘이 우세했다. 이들 지역의 3.3㎡당 아파트 실거래가는 7100만원~9100만원 선이다.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던 도봉구갑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도 재건축 이슈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7개 행정동 중 창1, 3, 4, 5동 등 4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 지역에는 지은 지 30년이 넘는 주공아파트 단지들이 많아 재건축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웃한 노원구에선 모든 행정동에서 국민의힘이 패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우세를 보였던 ‘노원구 학원가 라인’으로 불리는 중계동 일대를 모두 민주당에 내줬다. 이 지역은 교육 목적의 이주 수요가 많아 주변 부동산 가격을 주도하고 있다.

성동구는 갤러리아포레,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서울숲트리마제(이상 성수1가동), 서울숲힐스테이트(이상 성수2가동) 등 고가 아파트가 들어선 성수동을 비롯해 옥수동·금호4가동·왕십리도선동 등은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였다. 이들 지역은 21대 총선까지 민주당 우세 지역이었다가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역전 또는 경합을 벌였던 곳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송정동과 용답동에서 민주당에 각각 10.8%포인트, 16.8%포인트 차이로 크게 지면서 국민의힘이 지역구를 가져가는 데는 실패했다.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동별로는 표심이 크게 갈린 곳도 있다. 송파구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27개 동 중 24곳을 석권했지만 이번 선거에선 12곳을 민주당에 내줬다. 민주당은 특히 삼전동(54.3%)과 같은 노후화된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이나 마천1·2동(51.8%·52.9%)처럼 인근 위례신도시 대비 상대적 낙후 지역 등에서 강세를 보였다. 서초구에선 18개 동 중 유일하게 민주당이 앞선 곳(52.3%)은 노후 주거지가 많은 양재2동이었다. 그동안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서 제외돼있었던 양재2동은 최근 모아타운(서울 소규모 재정비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지난달 28일 경기 파주시 GTX 운정역 공사 현장 인근 아파트의 모습. 권도현 기자 사진 크게보기

지난달 28일 경기 파주시 GTX 운정역 공사 현장 인근 아파트의 모습. 권도현 기자

부동산 개발 공약 자체는 선거 영향 미미

이번 총선에서 집값에 따른 투표행태는 여전했지만 향후 부동산 시세에 영향을 끼치는 ‘부동산 개발’ 이슈는 무력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양당은 공통적으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연장, 메가시티 서울, 철도 지하화 등의 부동산 공약을 내놓았다. 특히 올해 초 정부는 30년 이상 아파트 안전진단 면제 등 재건축·재개발 관련된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1·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중 1기 신도시의 재건축을 촉진하는 ‘노후도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은 오는 27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여당은 1기 신도시 지역 선거전략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실현을 약속하며 재건축을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큰 재미는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메가시티론(서울 편입)’을 내세웠지만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김포시, 고양시, 하남시, 광명시, 남양주시, 구리시에서 민주당에 완패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개발공약이 큰 영향을 주지못했거나 도리어 민심을 등지게 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대선이 ‘부동산 선거’라 불릴 수 있었던 건 급등한 집값에 대한 분노가 컸기 때문이라 볼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최근엔 집값이 크게 오른 것도 아니고 전세값이 급등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부동산이 큰 이슈가 되지 못 했다”고 말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여당이 메가시티,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부동산 개발 정책을 많이 내놓긴 했지만 그 정책의 실효성 때문에 큰 영향이 없었던 것”이라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말하면서 메가시티를 추진한다거나, 공정과세하겠다면서 공시지가 현실화 방안을 폐지하겠다고 한 것도 도리어 (유권자들의) 반감을 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총선 결과 인터랙티브 뉴스에서 확인하세요

대선 갈랐던 ‘부동산 표심’···이번 총선 우리 동네는?

경향신문 인터랙티브 뉴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페이지에서는 기사에 언급된 선거구별 득표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또 지난 20대 대통령 선거의 득표율과 이번 국회의원 선거 득표율의 차이, 선거구별 읍면동 득표 결과 차이 등을 지도와 카토그램(지역구 균등 크기 지도)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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