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에 ‘트럼프식 압박’…김정은 면담 불발됐나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뉴스분석 - 폼페이오 방북 취소

더딘 비핵화·비협조적 태도 비판…줄곧 ‘진전’ 말하다 첫 실망감

9월 릴레이 외교 이벤트에 제동…“김정은 곧 만나길 고대” 여지 남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더딘 비핵화와 중국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비판하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했다. 북한과 중국을 동시 압박한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9월 릴레이 외교 이벤트에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등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한을 방문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다음주에 북한을 방문한다”는 전날 발표를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 폼페이오 장관,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을 불러 논의한 후 방북 취소를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이유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충분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줄곧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정상회담 성공론을 펴던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에 대한 실망감을 공개적으로 표현한 것은 처음이다. 핵시설 신고서 제출 등 비핵화 조치는 외면하면서 종전선언 등 북·미관계 개선을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북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이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면담도 확답하지 않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것도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과의 훨씬 더 강경한 무역 입장 때문에 그들이 예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이 접경지역에서 북한과의 무역을 점점 더 많이 허용한 점에 대해 불만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북 취소 카드로 언제든 판을 깰 수 있다며 북한과 중국을 압박했지만, 동시에 아직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과의 무역관계 해결 후 “가까운 장래에 북한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김 위원장에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 그를 곧 만나길 고대하고 있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원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벼랑 끝 외교 스타일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그는 정상회담을 열흘 정도 앞두고 회담 취소를 통보했다. 하지만 북한이 유화적인 입장을 내놓자 이틀 만에 예정대로 추진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결정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정체 등 후유증은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9·9절을 계기로 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북,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9월 유엔총회 계기 종전선언 채택,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이란 시나리오의 현실화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결과는 9월 안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의 바로미터로 간주됐다. 트럼프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이 북한 비핵화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시기를 두고 한국 정부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는 26일 루캉(陸慷) 대변인 명의의 기자 문답을 통해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이랬다저랬다 변덕을 부려서는 안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 문제를 끌어들이면서 비협조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상황에서 중국이 시 주석 방북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등 미국과의 정면대결을 선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번의 돌출 카드를 꺼냈고 이제 공은 김 위원장에게로 넘어갔다. 북한이 유화적 제스처로 대응한다면 북·미대화는 위기를 넘기고 오히려 속도를 낼 수도 있다.

반면 ‘강 대 강 충돌’을 선택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에 흥미를 잃고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에 대북 강경론으로 한순간에 돌아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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