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문 대통령 역할 커져”…평양 정상회담 예정대로 추진할 듯

손제민 기자

NSC 긴급회의…남북관계 통한 북·미관계 견인이 낫다고 판단

북·미 ‘핵신고·종전선언’ 기싸움 속 ‘속도조절론’도 만만찮아

청 “문 대통령 역할 커져”…평양 정상회담 예정대로 추진할 듯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이 발표 하루 만에 취소되자 청와대와 정부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폼페이오 장관 방북으로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선순환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촉진자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9월 안에 평양에서 열기로 한 남북정상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무산으로 오히려 문 대통령 역할은 더 커진 게 아닌가 싶다”며 “북·미가 경색된 상황에서 막힌 곳을 뚫어주고 북·미 사이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문 대통령의 촉진자, 중재자 역할이 더 커진 게 객관적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구도 속에서 남북정상회담 일정과 안건도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인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관저로 불러 북·미 논의 상황과 향후 전망을 놓고 긴급대책회의를 가졌다. 오전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남북관계는 역사적 책무이기 때문에 잘해 낼 수 있도록 당에서 많은 협조를 바란다”며 “남북정상회담 때 여야가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글로 공개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연기 배경을 파악한 결과 남북관계의 속도 조절보다는 남북관계를 통해 북·미관계 진전을 견인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연기 이유로 언급한 미·중 무역분쟁이 본질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놓고 우리도 다각도로 검토해보고 있다”며 “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잘 안되는 부분에 대한 우회적 언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비핵화가 진전되면 미·중 무역분쟁이 계속되는 중이라도 폼페이오 장관이 다시 방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일과 같은 롤러코스터를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전에 이미 한 차례 경험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1주일 사이 워싱턴과 판문점을 오가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을 견인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직접 밝혔듯 북한이 물밑 대화에서 비핵화 조치에 대한 양보를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북·미대화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b>임진각 찾은 시민들</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한 다음날인 26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자유의다리를 시민들이 건너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임진각 찾은 시민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한 다음날인 26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자유의다리를 시민들이 건너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다만 남북관계에서 속도를 내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력을 당부하고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는 레토릭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잘되지 않을 일을 남의 탓으로 돌리며 판을 깨려고 깔아두는 자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후자의 경우라면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에서 앞서 나가다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듣는 ‘남탓’이 문 대통령에게 향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북·미 간 의제의 총론을 다뤘던 ‘정상외교 1라운드’ 때와 달리 ‘핵신고 대(對) 종전선언’과 같은 각론을 놓고 기싸움 중인 현 국면에서 문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서는 것이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지난 6월 이후 중단됐던 한·미 정상 차원의 소통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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