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창선 연이틀 찾은 호텔에 레드카펫이 깔렸다

하노이 | 박은경 특파원

준비 분주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 베트남 경찰들이 회담 장소로 유력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정문 주변을 지키고 있다(위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숙소로 예상되는 JW메리어트호텔 건너편 식당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하는 그림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아래).  하노이 | 박은경 특파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 베트남 경찰들이 회담 장소로 유력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정문 주변을 지키고 있다(위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숙소로 예상되는 JW메리어트호텔 건너편 식당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하는 그림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아래). 하노이 | 박은경 특파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24일 베트남 하노이는 막바지 점검으로 도시 전체가 분주했다.

회담 장소 유력한 메트로폴
정원 등 둘러보던 북한팀에
“준비 잘돼가나” 물으니 “…”

북한 의전·경호팀은 회담 장소로 유력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을 연이어 방문하면서 최종 동선 확정에 나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전과 경호를 총괄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 일행은 23일에 이어 24일에도 호텔 내부를 둘러봤다. 23일 오전에는 경호 담당인 김철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 등 북한 실무팀 4명이 호텔 정원과 식당 주방으로 이어지는 통로, 1층 상점으로 연결된 출입구를 둘러보는 것이 경향신문에 포착됐다. 일행은 상점을 통해 호텔 밖으로 나온 후 “여기를 막아야 사람들이 못 다니게 할 수 있다”며 동선을 논의했다. ‘여기서 회담이 열리나’ ‘준비는 잘돼가냐’고 물었지만 이들은 쳐다만 보고 답변하지 않았다.

국제회의 장소로 자주 활용되는 메트로폴호텔은 베트남의 프랑스 식민지 시절인 1901년 설립됐다. 프랑스식 건축양식과 신고전주의가 조화된 건축물로 호텔 건물에 둘러싸인 중앙정원은 외부에 노출되지 않고 보안에도 용의하다. 23일에도 정원의 난간을 페인트칠하고 정원수를 손질하는 등 바쁜 모습이었다. 이곳이 회담 장소로 확정된다면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카펠라호텔을 산책하던 것과 비슷한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다. 메트로폴호텔은 24일 입구에 레드카펫이 깔려 있어 특별한 손님의 방문을 예고했다.

메트로폴호텔을 비롯해 김 위원장의 숙소로 거론되는 정부 게스트하우스(영빈관)와 멜리아호텔, 만찬장 후보인 오페라하우스는 모두 하노이 동부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 자리하고 있다. 회담 주요 장소가 밀집된 이 지역은 베트남 근현대사의 압축파일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과 각별했던 호찌민 주석의 묘와 생전 거소, 주석궁도 가깝다. 베트남전 당시 미국 포로들을 고문하고 구타했던 호아로 수용소도 근처에 있다. 고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이 5년간 포로 생활을 했던 곳이다.

베트남 외교부는 관련 지역을 2차 북·미 정상회담 기간 보안 강화구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특별경호구역으로 선포되면서 해당 지역 주변 고층건물의 이용을 제한하고 촬영은 허가된 장소에서만 허용된다.

지난 22일부터 영빈관 맞은편의 베트남 중앙은행 옥상에는 소총을 든 무장군인들이 배치됐다. 이들은 망원경으로 수시로 주변을 살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 차량 ‘캐딜락원’이 24일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호텔에 주차돼 있다.    하노이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 차량 ‘캐딜락원’이 24일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호텔에 주차돼 있다. 하노이 |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가 될 것으로 보이는 JW메리어트호텔의 경계도 한층 강화됐다. 호텔 진입로에서는 소총을 든 무장경찰들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다. 출입문 건너편에는 ‘800-002’ 번호판을 단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차 ‘캐딜락원’이 서 있었다. 취재진의 촬영을 막기 위해 제너럴모터스 밴 차량 여러 대가 둘러쌌다. 근처에 다가가려고 하자 주차된 차량에서 경호원이 내려 저지했다.

회담 관련 장소들은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다. 호텔 관계자들은 관련 내용을 함구하고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회담 관련 장소로 사용될 것으로 보이는 멜리아호텔 측은 이에 대한 질문에 “정보를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 호텔은 25일부터 28일까지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영빈관 맞은편 옥상 무장군인
숙소 등 주변 건물 이용 제한
곳곳에 깃발 내걸고 “환영”

하노이 시내 곳곳에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축하하는 미국 성조기, 북한 인공기, 베트남 금성홍기가 내걸렸다. 메리어트호텔 진입로 건너편 식당은 베트남에 오는 걸 환영한다는 문구와 함께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었다. 무료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헤어스타일로 만들어주는 미용실도 등장했다.

호안끼엠 호수에서 만난 하노이 시민 응우옌 득 탕(70)은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며 “평화를 논의하는 회담이 하노이에서 열리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영빈관 근처에서 만난 띠엔(24)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 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이 논의되면 국제 평화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 같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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