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7차 핵실험 임박 징후 속에서 맞은 6·15선언 22주년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22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6·15 남북공동선언 22주년을 맞은 15일 정부와 학계 등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김대중 도서관에서 6·15남북정상회담 22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축사에서 “6·15남북정상회담은 단순히 정상 간 만남의 의미를 넘어서는 남북관계의 역사적 전환점”이라면서 “2000년 6월15일 김대중 대통령님의 방북과 공동선언을 기점으로 남북은 비로소 ‘화해’와 ‘협력’이라는 새로운 남북관계의 비전을 제시할 수가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권 장관은 “북한이 새 정부 출범 후 탄도미사일, 방사포 등을 발사하며 강도 높은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러한 북한 당국의 대결적 태도는 어느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고, 정세의 악순환만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루 속히 북한 당국이 도발을 멈추고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나오기를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권 장관은 “윤석열 정부는 더 큰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22년 전, 김대중 대통령께서 보여주신 대화와 합의의 정신을 제대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설훈 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6·15남북정상회담 22주년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와 7차 핵실험 임박으로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지는 국면 속에서 맞이했다. 이 때문에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한 우려와 어두운 전망이 쏟아졌다.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6·15 남북공동선언 22주년 기념 포럼에서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고 이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는 불안한 지금”이라며 “한반도 정세는 매우 복잡하고 또 어렵다”고 진단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이자 이날 행사를 공동 주최한 국회 동북아평화미래포럼 대표의원인 김홍걸 무소속 의원은 “북한이 핵능력을 고도화하면서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이 불가능한 상황이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북정책도 강경일변도로 바뀌었다”고 우려했다.

15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6·15공동선언 22주년 기념 양대노총 통일위원회 공동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매체는 공동선언과 관련해 일절 언급이 없었다. 대외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6·15공동선언에 대해 “새 세기 자주통일의 역사적 이정표를 마련하고 조국통일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은 특기할 사변이었다”고 평가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다.

북한 조선직업총동맹(직총)은 6·15공동선언 발표 22주년을 기념해 열린 양대노총(민주노총·한국노총) 공동토론회에서 연대사를 발표했다. 양대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자주통일의 길, 노동자의 과제’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지난 9일자로 도착한 직총 중앙위원회의 연대사를 공개했다. 2019년 10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남측 민간의 요청에 공식적으로 회신을 보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직총은 ‘민족자주의 기치를 높이들고 로동자통일선봉대의 기상과 위용을 힘차게 떨쳐나아갑시다’라는 제목의 연대사에서 “지금 조선(한)반도에는 또 다시 전쟁의 먹구름이 밀려들어 다치면 터질 듯한 군사적 긴장이 흐르고 있다”면서 ‘민족의 맏아들’인 노동자들이 민족자주와 통일운동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6·15공동선언 2000년 남북정상회담 권영세 김대중 김정일 남북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