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을 경협과 바꾸려 망상…윤석열 자체가 싫다” 원색 비난

박광연 기자

막말 쏟아낸 ‘김여정 담화’

김정은, 코로나 방역 의무부대 전투원 격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투입된 인민군 군의부문(의무부대) 전투원들을 격려하는 행사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코로나 방역 의무부대 전투원 격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투입된 인민군 군의부문(의무부대) 전투원들을 격려하는 행사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선 비핵화 조치 전제부터 잘못
MB 비핵·개방 3000의 복사판”
안전보장 없는 비현실성 지적
제안 직후 한·미 훈련에 불신도
정부 남북관계 물꼬 시도 ‘수포’

북한은 19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 제안 내용과 진정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노골적 표현으로 비난하며 남한의 대화 요구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담대한 구상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려던 윤석열 정부의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한반도 정세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공개된 김 부부장 담화는 담대한 구상에 대한 거부 선언과 같다.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 이틀 뒤 북한이 순항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고, 그 이틀 뒤 담대한 구상을 비난하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 부부장은 “하도 남쪽 동네에서 우리의 반응을 목빼들고 궁금해하기에 몇마디 해주는 것”이라며 운을 뗀 뒤 담대한 구상의 내용을 일일이 문제 삼았다. 김 부부장은 “우선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는 것을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면 단계별로 경제지원을 하겠다는 조건부식 해결 방안에 선을 그은 것이다.

김 부부장은 또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꾸어보겠다는 발상”이라며 “판돈을 더 대면 우리의 핵을 어째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부질없는 망상”이라고 비난했다. 정치·군사적 안전보장 방안 없이 막대한 경제적 지원만으로 핵 포기를 유도하려는 접근의 비현실성을 지적한 셈이다.

김 부부장은 “동족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의 복사판”이라며 “역사의 오물통에 처박힌 대북정책을 옮겨 베껴놓은 것도 가관”이라고 했다. 정부는 경제지원뿐 아니라 정치·군사적 안전보장 방안도 마련해뒀고, 이러한 이유로 비핵·개방 3000과 크게 다르며, 상호 신뢰가 없기에 조건부식 접근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부부장 담화는 담대한 구상이 갖고 있는 다양한 측면들의 허점들을 파고든 비판”이라고 평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재확인한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근본적인 수정과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북한은 담대한 구상의 진정성도 강하게 지적했다. 김 부부장은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전쟁연습을 강행하는 파렴치한”이라며 담대한 구상 발표 다음날 한·미 연합군사훈련 돌입을 비난했다.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중 “공산 세력과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 “공산 침략에 맞서 자유세계를 지키기 위한” 표현을 거론하며 “체제 대결을 고취하는 데만 몰념했다”고 했다. 남측이 대화를 주장하면서 적대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향후 남북 대화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며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때 그 무슨 ‘…운전자’를 자처하며 뭇사람들에게 의아를 선사하던 사람이 사라져버리니 이제는 그에 절대 짝지지 않는 제멋에 사는 사람이 또 하나 나타나 권좌에 올라앉았다”고 했다. ‘운전자’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거론한 것이다. 김 부부장은 “북남문제를 꺼내들고 집적거리지 말고 시간이 있으면 제 집안이나 돌보고 걱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지지율이 20%대에 머물고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한 조롱도 했다.

현 상황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전승절 기념식에서 윤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대남 적대시 기조를 천명하고, 김 부부장이 지난 10일 대북전단에 대한 보복을 시사한 ‘강 대 강’ 대결 국면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담화는 비난 시점이 역대급으로 빠르고 수위도 높고 주체도 지도부 대표급이란 점에서 이례적”이라며 “남북관계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의 대남 ‘강 대 강’ 대결 기조와 윤석열 정부의 ‘핵·도발 우선 억제’ 방침은 충돌 소지가 크다. 북한은 특히 윤석열 정부의 한·미 연합군사훈련 강화에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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