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인사들, 왜 도덕성 검증에 약한가

김진우 기자

권위주의 시대 지배세력, 민주화 이후에도 도전 안 받는 기득권

사익보다 공익 앞세우는 ‘공공정신’ 부족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지난 29일 사퇴하면서 이명박 정부에 이어 출범을 앞둔 박근혜 정부도 고위 공직 후보자가 낙마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유독 보수정권에서 고위 공직자가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관행이 반복되면서 보수인사들의 도덕성 검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민주화 이후에도 교체되지 않은 기득권 엘리트 중심 ‘인재풀’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명박 정부에선 모두 9명의 고위 공직자 후보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도 하기 전에 이춘호, 남주홍, 박은경 등 3명의 장관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등의 문제로 물러났고, 이듬해에는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개인 스폰서와 위장전입 의혹으로 사퇴했다.

보수 인사들, 왜 도덕성 검증에 약한가

2010년에는 신재민·이재훈 장관 후보자는 물론,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까지 박연차 사건에 대한 거짓말 논란으로 낙마했다. 2011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코드 인사’ 논란으로 물러났고, 지난해에는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저축은행 수사 무마 등의 의혹으로 사퇴했다.

이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양해를 얻어 지명했다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도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사실상 ‘낙마 선고’를 받은 상태다. 여기에 김용준 지명자의 낙마 사태까지 터졌다. “현 정부의 최대 실책은 인사 문제”라면서 이명박 정부의 인사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한 박 당선인도 같은 문제점을 답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보수정권의 연이은 인사 실패를 두고 투명하지 못한 인사 시스템이 원인으로 우선 거론된다. 박 당선인이 비판했던 현 정부의 ‘불통 인사’가 새 정부에서도 연이어 재연되고 있다.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박 당선인의 인재풀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면서 “입장과 철학이 다르더라도 야당조차 ‘그 일을 할 만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사람을 쓰지 않으니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 ‘인재풀’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권위주의 시대에 기득권층을 형성한 엘리트들이 민주화 이후에도 교체되지 않았고, 이들이 보수정권에서 다시 기용되면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들 엘리트는 우리 사회의 압축적 성장 과정에서 개인의 이익을 국가의 이익과 동일시하면서 부동산 투기나 병역 면탈 등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비도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사청문회의 도덕성 검증에 여지없이 걸리고 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우리 사회 엘리트들이 압축적 산업화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등의 비도덕성을 보였다”면서 “도덕적 빈곤을 드러내는 이기적 가족주의”라고 짚었다. 이상돈 교수도 “우리나라에서 성공했다는 법조인들 대부분의 의식구조가 신랄하게 말한다면 가족과 돈에 국한돼 있다. 공적 서비스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 세력으로 자리잡은 인사들이 사익보다 공익을 앞세우는 ‘공공정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를 단순히 시대적 한계로 치부해선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청렴하고 도덕적인 인재를 찾아내고 제도화된 인사검증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 당선인의 ‘국민대통합’ 정신에 맞게 인재풀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호기 교수는 “인재풀이 좁다는 것은 스스로 이념적 제한을 두기 때문”이라며 “보수뿐 아니라 중도까지 인재풀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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