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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정유라 판정 시비 계기…말 안 듣는 “나쁜 사람” 숙청

이혜리·최미랑 기자

문체부 고위직 찍어내기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60)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인사 개입 의혹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4월 최씨 딸 정유라씨(20)가 경북 상주에서 열린 전국승마대회에 출전해 준우승을 하자 판정 시비가 일었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문체부에 승마협회 감사를 지시했다.

문체부가 내놓은 감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박 대통령은 그해 8월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렀다. 박 대통령은 당시 노태강 체육국장과 진재수 과장을 직접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라고 언급하고 경질을 지시했다. 인사에 최씨 전 남편인 정윤회씨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때만 해도 최씨는 크게 주목을 받지 않았다.

당시 인사에선 국·과장급뿐만 아니라 체육 업무를 관장하는 2차관도 교체됐다. 2차관 자리엔 최씨가 재단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는 의혹을 받는 한양대 김종 교수가 들어왔다. 김종 2차관은 임명되자마자 정씨의 상주 경기 판정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2014년 7월엔 유 장관이 후임자도 없는 상태에서 돌연 면직됐다. 얼마 뒤엔 문체부 주요 국·실장 등 1급 공무원 6명이 사표를 제출했다. 한 문체부 관계자는 “전날 밤까지 국정감사에 참석했던 1급 공무원들이 갑자기 다음날(10월8일)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김희범 차관이 국장들을 불러서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희범 차관도 6개월 만인 지난해 1월 사표를 냈다.

국·실장 사표에 대해 문체부는 “신임 김종덕 장관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부 내 껄끄러운 사람들을 숙청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으로 보인다. 한 문체부 관계자는 당시 상황에 대해 “유 장관은 보수든 진보든 문화예술인들을 다 끌어안고 가야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청와대는) 그렇지 못해 초창기부터 갈등이 있었다”며 “정유라씨 판정 시비부터 시작해서 (청와대가) 유 장관을 중심으로 문체부 관료들이 문체부를 좌지우지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유 장관을 비롯해 1급 공무원들이 문체부를 나간 뒤엔 청와대 입맛에 맞는 인사들이 꽂혔다. 문화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김종덕 홍익대 교수가 장관으로 발탁됐다. 김 장관은 최순실씨와 가까이 지내며 ‘문화계 황태자’로 떠오른 CF감독 차은택씨의 대학원 지도교수다.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장이던 윤태용씨는 경제부처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문체부 문화콘텐츠산업실장으로 이동했다. 윤 실장은 미르재단 설립을 하루 만에 허가한 장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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