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소환된 ‘노무현의 총리’, 여소야대 의식한 듯 “협치 관건”

유정인·박광연 기자

한 지명자, 참여정부 요직 장점…신선함 없는 ‘올드보이’ 평가

인준부터 민주당 협조 관건…윤 당선자와 국정 호흡도 미지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한 한덕수 전 총리를 소개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3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한 한덕수 전 총리를 소개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새 정부 초대 총리 후보로 지명한 것은 안정과 통합, 국회 인사청문 절차 등을 고려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깜짝 인선’으로 상징성과 주목도를 높이는 대신 안정감에 방점을 찍었다. 불리한 국회 의석 구조, 대선 뒤에도 이어지는 진영 대치 정국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총리 인준부터 초반 정책 과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협조를 어디까지 끌어낼 수 있는지에 ‘윤석열-한덕수’ 체제의 순항 여부가 달렸다.

한 지명자는 윤 당선인의 보완재 성격이 짙다. 윤 당선인은 고령의 전임 총리를 국정 전면에 불러내면서 다양한 국정 참여 경험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이 정치 입문 8개월여 만에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국정 운영에 중량감을 실어줄 인사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도 깜짝 인선은 없었다.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윤석열표’ 인선을 각인하기보다는 검증된 인사를 중용하는 인사 법칙이 다시 확인됐다. 조각 첫 인선부터 안정형 국정 신호를 발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노태우 정부 현승종 전 총리, 김대중 정부 박태준 전 총리와 함께 최고령 총리인 점을 두고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통합, 외교, 경제, 통상 등을 관통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겠나”라며 ‘연륜과 경륜’이라고 표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는 역대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다. 2001년 11월16일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임명장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였던 2007년 4월24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09년 2월26일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가 수여한 주미대사 신임장을 받고 함께 대화하고 있다. 무역협회장을 맡았던 2014년 12월18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5단체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부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진 크게보기

한덕수 국무총리 지명자는 역대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다. 2001년 11월16일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임명장을 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였던 2007년 4월24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09년 2월26일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가 수여한 주미대사 신임장을 받고 함께 대화하고 있다. 무역협회장을 맡았던 2014년 12월18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경제5단체 초청 토론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부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지명자는 12년 만에 다시 등장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의 한승수 전 총리 이후 9명의 총리는 학자와 법조인, 정치인 출신이 맡았다. 윤 당선인이 경기 흐름을 상승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만큼 ‘경제통’을 전진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지명자의 과제는 만만치 않다. 2007년 노무현 정부 총리 이후 15년 만에 총리 지명자로 돌아왔다. 새 국정의 기대감을 주기는 어려운 ‘올드보이’에 가깝다. 민주당은 15년 사이 새로 부상한 시대적 가치와 과제에 부응할 인물인지 우려를 제기한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안정에 기반을 둔 변화 의지를 보이느냐가 검증 과정에서 핵심 쟁점이다. 민주당이 172석으로 압도적 과반인 국회 구조상 인사청문회부터 쉽지 않은 관문이다. 윤 당선인이 한 지명자를 낙점한 데도 호남 출신, 노무현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던 이력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많다. 한 지명자는 전북 전주 태생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쳐 총리로 일했다.

국정 초반 ‘여소야대’는 상수다. 코로나19와 경제·안보 위기 극복, 국민통합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는 행정부의 정책을 입법에 반영하려면 민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협치정신을 살리지 못하면 총리의 실질적 권한이 쪼그라들 수 있다. 한 지명자가 “협치, 통합이 굉장히 중요한 정책 성공의 요소가 될 것”이라고 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 지명자는 윤 당선인과 오랜 신뢰관계를 쌓은 사이는 아니다. 국정운영의 장점이자 한계로 작용할 수 있는 조건이다. 윤 당선인이 한 지명자 권한을 어디까지 보장하느냐에 따라 책임총리 역할이 살아날지, ‘무늬만 책임총리’일지 결정될 수 있다. ‘책임총리’ 여부는 첫 조각부터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한 지명자가 국무위원 임명제청·해임 건의권을 가진 총리 지명자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책임총리 가늠자가 될 수 있다. 한 지명자만의 색깔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지명자는 각 부처 장관의 차관 추천권을 보장해 ‘책임장관’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책임총리제를 두고는 “청와대의 과도한 권한을 좀 더 내각과 장관 쪽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인사는) 가급적 가장 가까이서 일할 분의 의견이 존중돼야 된다는 것은 저나 한 후보자 생각이 같다”고 밝혔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