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중추’ 권성동…‘원톱’ 비상부터 날개가 녹기까지

조문희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23일 천하’는 부침의 연속이었다. 당의 2개 최고위 직책을 한몸에 둘러 ‘원톱’이라 불렸지만 시작부터 직무대행 체제의 정당성에 공세를 받았다.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 당시 발언과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 메시지 노출로 위기를 자초했다. 국정 지지율 20%대 추락의 장본인으로 지목되며 고속 비상한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의 중추가 한달도 안돼 날개를 접었다.

권 대행은 지난 4월8일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의원들은 윤 대통령 의중을 잘 아는 권 대행을 압도적 표차로 지지했다. 4선 의원인 그는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당 사무총장과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지원총괄본부장을 맡아 ‘개국공신’이자 ‘윤핵관 맏형’으로 불렸다. 지난 8일부터 대표 직무대행까지 겸했다. 이준석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에서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직후다. 의원총회가 지난 11일 권 대행 체제를 추인하며 권 대행은 명실상부 당내 원톱으로 부상했다.

위태로운 정점이었다. 권 대행 체제에 대한 흔들기가 거듭됐다. 대행 체제 초기부터 이 대표가 징계로 자리를 비운 것이 복귀 가능성을 전제한 ‘사고’인지, 공백인 ‘궐위’인지를 두고 당헌당규 해석 갈등이 벌어졌다. 권 대행이 이 대표를 사고 상태로 상태로 판단하고 직무대행 자리에 앉았지만 논란은 이어졌다. 직무대행 체제 임시성이 불안을 키운다는 이유였다. 친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 권 대행 체제를 흔드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윤핵관 ‘브라더’인 장제원 의원과의 파열음도 생겼다. 친윤계 모임인 ‘민들레’ 결성을 두고 이견을 노출했다.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 당시 권 대행 발언에 대해 장 의원이 “말씀이 무척 거칠다. 지켜보겠다”고 하자 권 대행이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했다. 윤핵관이 분화하고 권 대행이 윤핵관에서 밀려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가끔 자신을 ‘멀핵관(멀어진 윤핵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권 대행 자신도 리더십을 깎아 먹었다. 사적 채용 논란 당시 “내가 장제원에게 (채용) 압력을 가했다”,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 등 발언은 청년을 비롯한 당 지지층 일부의 이반으로 이어졌다. 권 대행은 문제 없다며 며칠을 버티다가 결국 사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윤 대통령과의 텔레그램 메시지 노출로 전방위적인 지탄을 받으면서 또다시 머리를 숙였다. 원내대표 시절부터 계산하면 공개사과만 3차례였다. 그는 지난 4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더불어민주당과 합의했다가 당내 반발로 합의를 번복하며 사과했다.

흔들리던 권 대행 체제에 결정적 타격을 가한 것은 윤 대통령과의 문자 메시지 노출이다. 이 대표 징계에 윤 대통령이 영향을 미쳤다는 당무개입 의혹이 커졌다. 자신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을 위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하락세를 멈추었던 국정 지지율이 문자 파동 이후 20%대로 다시 추락했다. 권 대행은 문자 파동이후인 지난 28일 윤 대통령과 전용기에서 회동하며 재신임를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끝내 위기를 모면하지 못했다. 권 대행 체제에 대한 당내 반발은 더욱 커졌다. 친윤계 성향 초선 의원 32명은 지난 30일 비대위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당 지도부에 제출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31일 오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권 대행은 본인의 사심과 무능만 드러냈을 뿐 야당과의 협상, 당이 나아갈 새로운 비전 무엇하나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리더십만 바닥을 드러냈다”면서 대행 사퇴를 촉구했다. 문자 파동 이후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도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친윤계와 윤 대통령의 의중 앞에서 권성동 원톱 체제는 20여일만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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