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00일 ‘민생’ 드라이브····‘여성’‘노동’은 소극적

탁지영 기자    김윤나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취임 100일간 민생을 강조했지만 그 폭은 한정적이었다. 이 대표는 여성가족부 폐지·신당역 스토킹살인 사건 등 여성 의제에는 공식 발언을 아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를 언급하며 미온적으로 대했다.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를 두고선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당이 원칙 없이 우왕좌왕한 모습을 보이게 했다.

이 대표는 오는 5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그는 4일 기준 40여차례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는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고 반복하며 민생 입법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몇몇 입법 사안에 대해선 국회 다수 의석을 활용해 민주당 단독으로라도 밀어붙이겠다며 여당을 압박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다. 이 대표는 취임 후 두 번째 최고위원회의에서부터 쌀값 폭락 문제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킬 때까지 양곡관리법을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빠뜨리지 않았다. 농민단체를 국회로 불러 ‘쌀값 정상화편’ 최고위원회의를 열기도 했다.

‘초부자감세’ 법안 저지도 이 대표 주도로 당론 채택까지 이어졌다. 이 대표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초대기업 법인세율 인하, 주식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 완화, 3주택 이상 종합부동산세 누진제 폐지 등을 막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이에 맞춰 민주당은 지난 9월22일 의원총회에서 초부자감세 법안 저지를 당론으로 모았다. 민주당은 예산안 심의 국면에서도 초부자감세를 철회할 것을 정부·여당에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오는 9일 정기국회 내 예산안 합의 처리가 어렵다면 삭감한 수정 예산안을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여성 의제는 상대적으로 이 대표 관심 밖이었다. ‘남녀 갈라치기’ 내지는 ‘정쟁’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며 회피했다. 이 대표는 공개 석상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번도 여성 의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부·여당이 여가부 폐지 등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해도 이 대표는 침묵을 유지했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쟁의 소지가 있다. (정부조직) 개편의 우선 순위가 잘못됐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결국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당 지도부를 대표해 공식적으로 여가부 폐지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대표는 신당역 스토킹살인 사건에 대해서도 발언하지 않았다. 지하철 역사에 마련된 추모 공간을 방문하지 않았다. 지난 9월14일 사건 발생 이후 당 지도부 중 고민정 최고위원만 9월16일과 9월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잇따라 사건을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9월19일 사건 발생 닷새 만에 안호영 수석대변인을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추진하라고 간접적으로 지시했을 뿐이었다. SPC, 코레일 오봉역, 경기 안성 물류창고 공사장 등 노동현장에서 벌어진 산업재해 사망사고 때마다 직접 SNS에 애도를 표하고 재발방지책 추진을 약속한 것과는 대비된 모습이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소년공 출신이라고 강조해온 이 대표는 첨예한 쟁점이자 여론이 갈리는 노동 의제에는 “사회적 합의”를 언급하며 한 발 물러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노란봉투법에 대한 오해가 많다며 ‘합법파업보장법’ 또는 ‘손해배상·가압류 남용 방지법’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다만 이 대표는 당론으로 밀어붙이기보다 “헌법이 정한 노동자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겠다”며 유연한 입장을 취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김대중·노무현 유산을 이어갈 수 있는 주요 분야인 성평등 정책에 소극적인 것은 민주당의 정통성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2030 여성 유권자와 노동자 유권자 등 자신에게 표를 준 사람을 못 보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법안 추진에 있어 일관성이 없다는 당내 비판도 초래했다. 민주당은 금융투자소득세 부과 대상이 지난해 기준 1%가 되지 않는다며 유예 반대 원칙을 세웠지만, 지난달 14일 이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려를 표하면서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 당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는 “금투세 시행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라는 조세 원칙의 확립, 근로소득세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여야 합의로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바 있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부가 현행 0.23%인 증권거래세율을 0.15%로 낮추고, 주식양도소득세 납부 대상 기준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이는 방침을 철회한다면 2년 유예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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