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희 의원 “국정기조 바꿔라”
악수 중 얘기하다 입 틀어막혀
대통령실 “고성 등 위해 행위”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18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진다”고 말하다 대통령실 경호원들에 의해 입이 틀어막힌 채 끌려 나갔다. 야당은 “윤석열 정권의 통치가 독재에 다다르고 있음을 보여준 대국민 폭력 사태”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경호상 위해 행위라고 판단될 만한 상황에서 퇴장 조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전북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강 의원,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전북 지역 의원들과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 등이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오전 11시10분쯤 행사장에 입장해 참석자들과 차례로 악수를 했다. 강 의원은 윤 대통령과 악수하며 국정기조 전환을 요청했고,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들이 강 의원 입을 틀어막은 뒤 그를 들어 행사장 밖으로 끌어냈다.
강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으로서 ‘국정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이 불행해집니다’라는 인사말을 전한 것이 전부”라며 “그 한마디가 그렇게 듣기 거북했느냐”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저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끌어내고 행사장 밖으로 내동댕이쳤다. 경호원들이 강제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안경을 빼앗기까지 했다”며 “(퇴장당한) 이후 경호원들의 제지로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윤 대통령을 향해 “독재를 넘어 황제가 되려고 한단 말인가”라며 “경호원 뒤에, 검찰 권력 뒤에, 윤핵관 뒤에 비겁하게 숨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독재정권도 백주대낮에 국민 대표를 이렇게 막 대하지 않아”
손솔 진보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의 무도함이 대한민국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폭력을 동원해 끌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입법부에 대한 중대한 모독 행위이자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행태”라고 말했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경호처가 국민의 목소리를 전한 국회의원을 범죄자 취급하듯 끌고 나간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대통령 경호처장의 즉각적인 파면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과거 독재정권에서도 백주대낮에 국민의 대표를 이렇게 막 대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반면 대통령실과 여당은 강 의원의 행동을 비판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이용호 의원은 성명서를 내고 강 의원에게 “대통령에 대한 의도된 행패와 축하 분위기를 깨뜨리려는 비상식적 행동에 대한 사과부터 하라”며 “(강 의원이) 자기 순번이 되자 대통령 손을 꽉 잡고 놔주지 않은 채 ‘국정기조를 바꾸라’는 등 연이어 소리를 질러댔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강 의원이 대통령과 악수할 때 소리를 지르며 손을 놔주지 않고 자기 쪽으로 약간 당겼다”며 “경호처에서 손을 놓으라 경고했고 대통령이 지나가는데도 고성을 지르면서 행사를 방해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손 대변인은 “강 의원은 길을 막은 적도 없고 소리를 지른 적도 없고 소동을 일으킨 적도 없다”며 “난동을 일으킨 건 대통령 경호처다. 강 의원이 입을 열자마자 경호원들은 앞뒤로 강 의원을 에워싸고 밀쳤다”고 반박했다. 또 “끌려나가는 도중에 강 의원은 걸어가겠다고 의사를 표했으나 입을 틀어막고 짐짝처럼 끌어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