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부당한 선거 개입’ 혐의… 비박엔 ‘공천학살’ 예고

이용욱 기자

박 대통령 “국민이 심판” 발언 뜯어보니

▲ ‘김무성·유승민 엎고 친박 최경환 대표 옹립’ 시나리오에
비주류 “여권 미래 가를 노선투쟁… 물러설 수 없다” 맞서
야권선 “노무현 탄핵 사유와 같은 선거법 9조 위반” 판단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25일 국무회의 ‘선거’ 관련 발언이 두고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하면서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공천학살’을 연상시키는 정치적 ‘문제 발언’이라는 지적이 여권에서 나오고, 야당은 대통령의 선거개입 의도를 문제 삼으며 공직선거법 위반 논쟁을 키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 노골적 공천·선거 개입

새누리당 비주류들은 박 대통령 발언이 궁극적으로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겨냥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넘어서 비주류들을 겨냥한 발언이며, “선거에서 심판해 달라”는 것은 비주류에 대한 공천학살을 예고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친박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과 윤상현·김재원 의원 등 친박계들이 유 원내대표 몰아내기에 앞장서는 것도 이런 의도와 직결됐다고 비주류들은 본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를 밀어내고 친박 원내대표를 세우는 등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분을 최대한 넓히는 지도부 새판짜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친박들이 유 원내대표 교체 후 김무성 대표까지 찍어내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월 말~8월 당 복귀설이 나오는 ‘친박 핵심’ 최경환 부총리를 새 대표로 세우기 위한 것으로, 이를 위해 친박 최고위원들이 집단사퇴해 최고위를 해체하고 김무성 체제 붕괴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친박들이 이런 시나리오를 은연중 흘리면서 김 대표에게 “엇나가지 말라”며 협박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주류들도 더욱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두언 의원은 29일 “이번 갈등 상황은 여권 미래를 판가름할 노선 투쟁”이라고 했다. 비주류 재선 의원은 “(유 원내대표 사퇴 후) 당과 보수 진영이 더 나쁜 방향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사퇴는 안된다”면서 “유승민 개인의 사퇴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 선거개입 등 법적 문제는 없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다. ‘배신의 정치에 대한 심판’이라는 박 대통령 발언은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공직선거법 제9조1항의 위반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등 새정치연합 지도부도 이날 일제히 이런 논리로 박 대통령의 ‘선거 발언’을 문제 삼았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으로 활동 중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박 대통령 발언을 두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상당하다. 법적으로 탄핵 사안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왜 이 점을 지적하지 않지?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이건가?”라고 했다. 당 정책위원회는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벌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200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같은 사유로 국회에서 탄핵을 받았던 사실도 강조하고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선거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가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주도하에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한 바 있다. 한나라당도 공직선거법 9조 위반을 탄핵 사유로 제시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