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민이 심판” 발언 뜯어보니
▲ ‘김무성·유승민 엎고 친박 최경환 대표 옹립’ 시나리오에
비주류 “여권 미래 가를 노선투쟁… 물러설 수 없다” 맞서
야권선 “노무현 탄핵 사유와 같은 선거법 9조 위반” 판단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25일 국무회의 ‘선거’ 관련 발언이 두고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국회법 개정안을 거부하면서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공천학살’을 연상시키는 정치적 ‘문제 발언’이라는 지적이 여권에서 나오고, 야당은 대통령의 선거개입 의도를 문제 삼으며 공직선거법 위반 논쟁을 키우고 있다.
■ 노골적 공천·선거 개입
새누리당 비주류들은 박 대통령 발언이 궁극적으로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겨냥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넘어서 비주류들을 겨냥한 발언이며, “선거에서 심판해 달라”는 것은 비주류에 대한 공천학살을 예고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친박 맏형’ 서청원 최고위원과 윤상현·김재원 의원 등 친박계들이 유 원내대표 몰아내기에 앞장서는 것도 이런 의도와 직결됐다고 비주류들은 본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를 밀어내고 친박 원내대표를 세우는 등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분을 최대한 넓히는 지도부 새판짜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친박들이 유 원내대표 교체 후 김무성 대표까지 찍어내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월 말~8월 당 복귀설이 나오는 ‘친박 핵심’ 최경환 부총리를 새 대표로 세우기 위한 것으로, 이를 위해 친박 최고위원들이 집단사퇴해 최고위를 해체하고 김무성 체제 붕괴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친박들이 이런 시나리오를 은연중 흘리면서 김 대표에게 “엇나가지 말라”며 협박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주류들도 더욱 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두언 의원은 29일 “이번 갈등 상황은 여권 미래를 판가름할 노선 투쟁”이라고 했다. 비주류 재선 의원은 “(유 원내대표 사퇴 후) 당과 보수 진영이 더 나쁜 방향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사퇴는 안된다”면서 “유승민 개인의 사퇴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 선거개입 등 법적 문제는 없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다. ‘배신의 정치에 대한 심판’이라는 박 대통령 발언은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공직선거법 제9조1항의 위반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등 새정치연합 지도부도 이날 일제히 이런 논리로 박 대통령의 ‘선거 발언’을 문제 삼았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으로 활동 중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박 대통령 발언을 두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상당하다. 법적으로 탄핵 사안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왜 이 점을 지적하지 않지?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다 이건가?”라고 했다. 당 정책위원회는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벌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200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같은 사유로 국회에서 탄핵을 받았던 사실도 강조하고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선거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가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주도하에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당한 바 있다. 한나라당도 공직선거법 9조 위반을 탄핵 사유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