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내전’에 지리멸렬한 집권당

김진우·박순봉 기자

박 대통령 ‘찍어내기’ 발언 후 5일째… 긴급 최고위 결론 못 내려

서청원 “대승적 결단을” 압박… 비박계 20명 “좌시 않겠다” 반발

새누리당이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25일 ‘유승민 찍어내기’ 발언 이후 ‘내전’에 돌입한 집권세력의 국정 난맥상이 지리멸렬하게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가졌다. 서청원·이정현 등 친박계 최고위원들을 중심으로 유 원내대표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복도를 가득 메운 채 진을 치고 있는 취재진을 뚫고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복도를 가득 메운 채 진을 치고 있는 취재진을 뚫고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biggun@kyunghyang.com

김무성 대표는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 져야 되고 그 책임은 유 원내대표가 지는 것이 좋다. 당을 위해 희생을 통한 결단을 해야 한다는 간곡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또 몇 분은 시간을 조금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회의에서 “당 대표로서 어떤 경우라도 당의 파국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김 대표) 본인도 종국적으로 방향이 그렇게(사퇴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유 원내대표는 “잘 경청했고 고민을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오늘 최고위원들의 말씀을 잘 들었고 ‘내가 경청을 했고 생각해보겠다’ 이렇게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더 들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고위원들의 사퇴 요구를 피하면서, 당내 의견을 더 수렴한 뒤 거취를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앞서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취가 더 이상 개인 문제가 아니어서 당장 사퇴할 의향이 없다고 측근들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원들은 유 원내대표 거취에 대한 결론을 최고위원회의에서 낼지, 의원총회에서 낼지도 이견을 보였다. 친박계의 ‘시나리오’대로 유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최고위에서 마무리짓지 못하면서 여권 내분이 한동안 더 이어지게 됐다.

친박계가 ‘유승민 찍어내기’를 통해 내년 4월 총선 ‘새판짜기’ 의도를 드러낸 만큼 비박계들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강석호·김영우·김용태·박민식·김세연 등 비박계 재선 의원 20명은 성명서를 내고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된 것을 의원들의 총의를 묻지 않은 채 최고위원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고 밝히는 등 비박계도 집단행동에 나섰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의총으로 가서 다시 ‘재신임’을 받게 될 경우 박 대통령과 친박계는 시나리오와는 반대로 궤멸적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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