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브러더’ 2선 후퇴··· 힘 빠졌나, 전략적 후퇴인가

국민의힘 내 ‘윤핵관’ 장제원 의원(왼쪽)과 권성동 대표가 지난 7월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걸음을 옮기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내 ‘윤핵관’ 장제원 의원(왼쪽)과 권성동 대표가 지난 7월15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을 마친 후 걸음을 옮기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브러더’ 중 동생인 장제원 의원이 31일 “윤석열 정부에서 어떠한 임명직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형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절차를 마치고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이 유력하다. 윤핵관이 현재보다 2선으로 후퇴하는 모양새로, 여권 내홍에 따른 책임론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여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핵관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을 윤핵관들이 읽고 그에 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핵관 2선 후퇴가 윤 대통령의 최근 대구 방문, 대통령실 인적 쇄신 흐름 등 지지율 회복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해석도 있다.

장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최근 당의 혼란상에 대해 여당 중진 의원으로서, 인수위 시절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무한 책임을 느낀다”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이제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며 “계파 활동으로 비춰질 수 있는 모임이나 활동 또한 일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특임장관 등 하마평이 돌았던 정부 직책을 맡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전당대회 준비용이라고 지적받았던 미래혁신포럼 활동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차기 총선의 키를 쥘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도 맡지 않을지는 알 수 없다.

장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통화에서 “새 비대위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의 부담을 덜고 당을 쇄신할 분위기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사이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진 권 원내대표가 사퇴를 무르지 못하도록 선제적으로 백의종군 선언을 했다는 분석과 함께 윤핵관에 쏟아지는 책임론을 피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들 사이에 원내대표직 사퇴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전날 의총에서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권 원내대표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길어봐야 열흘, 일주일이면 된다”고 말하면서 의원들이 새 비대위 출범 절차를 마치면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의총에서 권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주장도 잦아들었다. 권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윤핵관들은 상임위 간사를 제외한 주요 당직에서 빠지게 된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략적으로 윤핵관들을 2선으로 빼고 거리를 두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남에 지역구를 둔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 만나 “대구·경북(TK) 보수층은 과거 ‘박근혜 탄핵’에 나섰던 윤핵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며 “최근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그립을 쥐고 윤핵관 추천 대통령실 인사를 줄줄이 대통령실에서 내보내는 움직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어떻게든 추석 전에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새 비대위 출범도 서두르고 윤핵관이 물러서는 그림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핵관들이 당의 공식 루트에서 비껴나 대통령과 직접 소통한다면 ‘호가호위’ 문제는 더 커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3선 의원은 전날 기자와 만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윤핵관은 없다’고 선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이 추진 중인 내부 인적개편과 윤핵관 2선 후퇴를 연결지어 국정 쇄신의 방향이 뚜렷하게 드러나게 됐다고 평가하는 모습이다. 윤핵관 추천 대통령실 인사부터 윤핵관까지 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연출하면서 정부 초반의 국정운영 틀에서 “일종의 둑이 무너졌다”(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것이다.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이 신임 정무비서관 유력후보로 떠오른 것도 ‘쇄신’ 차원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쇄신 기조가 특정 정치그룹으로 묶인 데는 거리를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는 더 수용하는 것”이라며 “공교롭게 한 날 윤핵관의 2선 후퇴,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신임 정무비서관 유력 후보가 나오면서 쇄신의 상징적인 장면이 드러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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