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13분 만에 고도 700㎞ 도달…위성 분리까지 ‘착착’

이정호 기자

우주센터서 굉음 속 하늘로 …1·2단 로켓, 페어링 분리 ‘순조’

42분 뒤 위성·지상국 첫 교신…궤도 투입 예상보다 22초 빨라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우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1일 오후 4시 정각, 차츰 줄어들던 누리호 2차 발사 카운트다운이 ‘제로’가 되자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천둥이 치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 기자는 발사대에서 약 3㎞ 떨어진 곳에 차려진 프레스센터 밖으로 나와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발사대를 떠난 지 고작 10여초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누리호는 턱을 한껏 치켜들어야 보일 정도로 빠르게 상승했다. 길이 47.2m, 중량 200t에 이르는 거대한 덩치가 무색할 정도로 비행 속도가 빨랐다. 액체연료인 케로신(등유)을 태워 만든 추진력은 우주센터의 지축을 흔들 정도로 강한 진동을 일으켰다. 지난해 10월 있었던 1차 발사 때처럼 누리호가 내뿜는 힘은 우주센터 전체를 압도했다.

누리호는 발사된 뒤 2분3초 만에 1단 로켓을 분리했다. 고도 62㎞를 통과하며 1단 로켓을 떼어내 바다로 떨어뜨렸다. 우주센터 주변 날씨는 좋았지만, 고도가 높아 분리 상황을 육안으로 확인하긴 어려웠다.

우주공학계에선 발사체를 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절차를 이런 ‘단 분리’로 본다. 비행 중 초저온과 초고속 등 극한 조건에 노출되는 발사체에선 아무리 연구진이 점검을 해도 예기치 못한 오작동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누리호로 따지면 1단과 2단, 2단과 3단 로켓이 분리되는 시점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누리호는 이상 없이 이 과정의 첫 관문인 1단 로켓 분리에 성공했다.

누리호는 발사 3분47초 뒤, 고도 202㎞에 이르자 페어링을 분리했다. 페어링은 3단 로켓 꼭대기에 붙어 있는데, 우주로 옮길 화물을 덮어 놓는 한 쌍의 원뿔형 덮개다. 상승 도중 떼어내 필요할 때 위성을 우주로 방출할 수 있게 한다. 누리호의 경우 페어링 아래에 성능검증위성과 위성 모사체가 실려 있었다.

2009년 나로호 1차 발사 때 페어링 두 개 중 한 개가 분리되지 않았지만, 이날 누리호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발사 뒤 4분29초가 지나 2단 로켓도 분리 절차를 마쳤다. 이때 고도가 273㎞, 여기까지 정상 비행이 이뤄지면서 누리호는 ‘성공’에 바짝 다가섰다.

발사 13분쯤 뒤 누리호 3단 로켓이 목표로 한 고도 700㎞에 이르렀다. 이 내용이 나로우주센터 내 장내 방송으로 안내되자 순간 우주센터 안팎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제 안정적으로 비행하며 성능검증위성과 위성 모사체만 투입하면 임무는 성공하는 것이다.

3단 로켓은 고도 700㎞를 유지하며 발사 14분35초 뒤 성능검증위성을, 15분45초 뒤에는 위성 모사체를 분리해 궤도에 투입했다. 이렇게 온 국민이 숨죽이며 지켜본 누리호 2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누리호가 지상을 떠난 지 42분 뒤 성능검증위성은 첫 교신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지상국에 알리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날 누리호의 움직임은 연구진이 사전에 예상한 것보다 빨랐다. 연구진은 당초 위성 모사체 투입 시간을 발사 뒤 16분7초로 봤지만, 예상보다 22초 이르게 임무가 끝났다. 연구진은 “발사체마다 엔진의 성능이 조금씩 다르고 연료의 밀도도 다른 게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공식 브리핑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발사체 기술 개발을 위해 오랜 기간 땀과 눈물과 열정을 쏟은 대한민국의 연구원과 기업 관계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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