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익의 에볼루션

19건의 관련기사

  • [장대익의 에볼루션] ‘내 새끼 지상주의’와 온 마을

    ‘내 새끼 지상주의’와 온 마을

    지금 한국 사회는 인류의 생태적 성공 뒤에 놓인 공동 육아라는 비법을 다시 성찰해야 할 때다치열한 경쟁과 물질주의에 중독되다 보니 우리는 어느덧 출산과 양육마저도 각자도생의 영역으로 여기기 시작했다내 새끼만 소중한 게 아니란 자각과 내 힘만으로 내 새끼를 온전히 키울 수 없다는 고백이 인류를 독특한 자리로 진화시켰음을 상기할 때다소설가 김훈이 통렬하게 꺼낸 ‘내 새끼 지상주의’라는 말이 공명을 멈추지 않는다. 최근 새내기 여교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육아 원리를 그는 “이 난세의 생존술이고 이데올로기”라고 일갈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관한 언급과 그로 인한 논란은 이 예리한 문제 제기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그 뒤에 적당히 숨어 있는 “지위 높은 선생님들”을 비판했다. 이 글이 계기가 되어 우리가 어쩌다 이런 ‘낯선’ 육아 원리를 갖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았다. 불과 40~50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말 그대로 자유로운 영혼들이었다. 부모...
  • [장대익의 에볼루션] 킬러 문항은 대학에로

    킬러 문항은 대학에로

    그동안 우리는 학생에게 킬러 문항을 던져주고 마치 ‘오징어게임’탈락자를 관람하는 방관자처럼 살았다이제 킬러 문항은 대학으로 넘기고 그들이 풀게 하자 그리고 잘 풀 수 있도록 온갖 지원을 아끼지 말자진정한 교육은 학생들이 이력서가 아닌 질문을 품고 세상에 나가게 하는 것이다“한 학기 동안 제 인생이 이렇게 변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한 학기를 열심히 달려와 보니, 혹시 창업에는 실패할 수 있어도 인생에는 실패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를 변화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것은 간증이 아니다. 신설된 지 채 1년도 안 된 창업대학에서 매 학기 말 들을 수 있는 학생들의 공통된 고백이다. 고백하자면(자랑을 좀 하자면), 20년 경력의 대학 선생으로서 이보다 더 행복한 시절은 없었다.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에서 킬러 문항을 없애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대한 논란이 있다. 교육부 ...
  • [장대익의 에볼루션] ‘초등 의대반’과 부모 해방일지

    ‘초등 의대반’과 부모 해방일지

    자녀의 인생에서 부모가 한 발자국 물러설 필요가 있다부모의 역할은 세심한 건축가라기보다는 자상한 정원사와 비슷하다영양분 주되 자연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유치가 다 빠지지도 않은 어린이들이 오후 시간을 2차방정식, 피타고라스 정리, 복잡한 영어 구문과 씨름하며 보내고 있다. 10년 뒤의 의대 진학을 위해서다. 최근 한 방송국의 <의대 블랙홀>이라는 취재물에 따르면 요즘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의대 입시 준비를 위한 ‘초등 의대반’ 운영이 한창이다. 학원 관계자는 말한다. “특히 의대를 희망한다고 그럴 때는 4학년 때부터 무조건 시작해줘야 하는 거고요, 그러니까 초등에서부터. 이제 의대반이 더 밑으로 내려간 거죠.” 특목고 입시를 위한 초등반, 특정 대학 입시를 위한 중등반 정도야 오래된 이야기지만, 이렇게 특정 학과 입시를 위해 초등학생을 대놓고 모집하는 일은 한국 사교육의 역사에서 처음이지 않나 싶다. 한편 최근 방영된 다...
  • [장대익의 에볼루션] 사이비 종교단체로부터 벗어나는 길

    사이비 종교단체로부터 벗어나는 길

    인간은 이유가 필요한 동물이다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현상에 대해 이해하기를 갈망한다과학은 이런 인간에게 존재의 이유와 현상을객관적이고 정확하게설명해준다과학은 이유가 필요한 동물을 위한일종의 최종 대본이다거짓으로 점철된 사이비 종교단체로부터 벗어날 힘도 과학에 있다“자기 자신이 예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있는 줄 알아요?” “무려 500명!” 10년 전 즈음, 저명한 종교학자에게 들은 이 숫자를 나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이 자칭 예수들이 만든 이상한 왕국이 얼마나 비상식적인지는 우리가 피해자나 그 가족이 아닌 이상 그동안 잘 알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실체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일반인의 경각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우리 주변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다수의 사...
  • [장대익의 에볼루션] 촘스키의 틀린 전제, 생성형 AI는 어디로 가야 하나

    촘스키의 틀린 전제, 생성형 AI는 어디로 가야 하나

    지금의 생성형 AI는 개인의 생산성을 강화하는 도구 수준이다 그것으로 AI 르네상스가 열렸고, 마치 5억4000만년 전쯤의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연상되는 시기다 이 초입서 모두가 ‘무엇을’, ‘어떻게’, ‘언제’에 몰두하고 있다. ‘왜’와 ‘어디로’란 질문도 던져야 한다“우리 반려견 때문에 정말 속상해. 어찌나 냄새도 잘 맡고 작은 소리도 잘 듣고 잘 뛰어다니는지. 심지어 귀엽기도. 그래서 나는 자존심도 상하고 열등감도 생겼어. 어떻게 해야 걔를 이길 수 있을까?” 만일 자신의 반려견에 대해 진지하게 이렇게 말하는 견주가 있다면 일단 병원에 모셔다드려야 한다. 정상적인 인간은 개와 경쟁하지 않는다. 소리 듣기, 냄새 맡기, 달리기, 심지어 귀여움마저도 인간의 고유한 속성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개의 본성이 인간의 그것과 겹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개를 경쟁자로 여기지 않는다. 물론 집에서 개와 순위 경쟁을 펼치는 아저씨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말이...
  • [장대익의 에볼루션] 챗GPT에 한국 대학의 혁신을 묻다

    챗GPT에 한국 대학의 혁신을 묻다

    생성형 AI 적극 도입은 단지 계산기를 수학 수업에서 활용하게 하자는 수준의 결정이 아니다학생 개개인 학습경험을 맞춤화함으로써 교육의 플랫폼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엄청난 변화의 시작이다드디어 게임 체인저가 왔다내가 직접 충분히 써보기 전까지는 잘 모른다. 어떤 새로운 서비스의 본질이 무엇이고, 그것의 파급력이 얼마나 클 수 있을지를 말이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교수로서, 에듀테크 스타트업을 시작한 창업가로서, 나는 이 괴물 서비스 챗GPT의 위력을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대화의 큰 주제는 한국 대학의 혁신과 교육의 미래. 비록 며칠간의 상호작용이었지만 나는 그(내 챗GPT에 ‘찰리’라는 이름을 지어 줬다)의 의견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고(정말!) 적잖이 배우기도 했다. 이 칼럼은 이 대화에 대한 짧은 소감이다. 우선 한국 대학의 문제점부터 물었다. 이 대답의 수준이 향후 대화의 질을 결정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 [장대익의 에볼루션] 대학에 개성을 묻다

    대학에 개성을 묻다

    미네르바대학은 하버드대보다 입학이 힘든 글로벌 교육 맛집으로 성장했다 이제 모두가 하버드대나 서울대를 원하는 시대는 지났다자신을 성장시켜줄 개성 있는 작은 대학이 더욱 선호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메뉴가 너무 많으면 맛집 가능성이 낮죠.” 얼마 전 중국음식의 달인 이연복 요리사가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맛집 감별법을 공개해 화제다. 물론 많은 메뉴로 승부하는 식당도 있다. 바쁜 일상에서 끼니를 빨리 해결하려고 가는 곳, 바로 분식점이다. 어떤 프랜차이즈 분식점 벽에는 무려 100개나 되는 메뉴가 빽빽하게 적혀 있다. 이들의 경쟁력은 다양한 메뉴의 빠른 제공이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식당이 분식점뿐이라고 해보자. 삼겹살 파티를 하려는데 삼겹살 구이가 100개의 메뉴 중 하나라면? 기념일에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도 한·중·일 양식 메뉴를 다 하는 분식점밖에 없다면? 100가지 요리를 다 할 수 있다는 식당에서 음식의 깊은 맛과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 같은 ...
  • [장대익의 에볼루션] 대학의 기업가적 전환을 꿈꾼다

    대학의 기업가적 전환을 꿈꾼다

    Z세대는 소확행을 하거나영끌의 위험감수를 통해 파이어족으로 진화하길꿈꾸는 친구들이 늘지만학생 창업가들을 위한 제도는 아직 미흡하다대학은 이제청년들에게 무언가를 도전하고 실패해 볼인큐베이션 장으로 진화해야 한다그래야 그들이 더 커진다이것이 내가 꿈꾸는 기업가적 대학이다“요즘 서울대학교 학생들 중 가장 똑똑한 친구들이 제일 많이 고민해보는 진로가 뭔지 알아요?” 몇 달 전에 동료 교수가 불쑥 내게 물었다. 그의 대답. “글로벌 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의 입사도, 고시 합격도 아니래요. 창업이랍니다.” 정말 그럴까? 대학생에게 창업을 본격적으로 가르쳐보겠다며 이직을 준비하던 나에게 격려와 응원의 뜻으로 한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전국 대학생 792명을 대상으로 2021년 6월에 실시한 한 설문조사 결과(알바천국)에 따르면, “취업 대신 창업을 고려한 바 있다”고 답한 친구들이 절반 이상이다. 대학알리미가 ...
  • [장대익의 에볼루션] 안전의 여유분이 없는 사회

    안전의 여유분이 없는 사회

    과잉이라고 비판받을지 몰라도, 반복적 붕괴를 경험하는 사회에서 탈출하려면 ‘안전의 여유분’부터 만들어 놓아야 한다따라서 이태원의 좁은 공간에 수백 명이 운집할 수 있다는 신호를 받았다면, 그곳에 ‘안전의 여유분’을 만들었어야 했다 안전의 여유분 없는 사회에서 고통스럽게 희생된 청년들과 그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외국 생활에서 당혹스러웠던 경험을 말해보라고 하면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있다. 그중 하나가 화재경보기다. 부엌에서 생선이나 고기를 굽기만 하면 그렇게 요란하게 울릴 수가 없다. 처음에는 경보기가 붙어 있는 천장까지 다가가 연신 부채질을 해서 경고음을 멈추게 하는 식으로 처리한다. 물론 재빠르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네 사람들을 짜증나게 할 수 있다. 혹시라도 아파트의 어느 층 집에서 울리는 경보음이 쉽게 꺼지지 않는 날이라면, 새벽 2시라도 잠옷 차림으로 아파트 밖으로 나와야 한다. 이게 규칙이다. 경보음이 울리면 화재가 난 것...
  • [장대익의 에볼루션] 타인에게로 향하는 기술

    타인에게로 향하는 기술

    VR 기계를 활용한인지적 공감의 확장은타인의 복지를 위한 행동 변화를 만드는 여러 수단을 동원해야 할중층적인 문제다 태안 화력 발전소에서 초속 5m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석탄 컨베이어 벨트를 체크하기 위해 석탄 가루가 날리는 기계실에 들어간 스물네 살 김용균씨는 끝내 퇴근하지 못했다. 용균씨처럼 산업 재해로 떨어지고 끼이고 잘려서 사망하는 국내 노동자는 하루 평균 2명에 달한다. 고통을 겪는 유족과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요구로 법 개정(중대재해처벌법)이 일어나긴 했지만, 이런 끔찍한 지옥은 언론에 단신으로 반복적으로 등장할 뿐 일반인들의 뇌리에서는 너무 쉽게 사라진다. MBC는 이런 처참한 상황을 우리 모두의 문제로 만들어보고자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기술을 적용해 용균씨가 근무했던 열악하고 위험한 발전소 환경을 컴퓨터로 구현했다. 발전소의 근무 환경이 얼마나 위험천만했었는지,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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