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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네 정보 내놔’를 멈출 5가지 제안
한국의 수사기관들이 하고 있는 전자정보 압수수색 방식에 인권침해 논란이 이는 이유는 관련 법률과 법원 판례가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국회는 아날로그 정보 시절의 낡은 형사소송법을 방치하고 있고, 법원도 범죄 처벌 여론에 밀려 제대로 된 감시자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전자정보 압수수색의 개선 과제를 정리했다.수색영장과 압수영장 분리수색영장과 압수영장을 분리해 발부하자는 제안이다. 현재 검찰은 혐의를 두루뭉술하게 적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고 법원도 그대로 발부한다. 이렇게 광범위한 전자정보를 확보하게 되는 수사기관은 자그마한 혐의라도 찾아내 별건수사를 벌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뇌물죄로 수사받는 피의자의 카카오톡 메시지 전체를 압수해, 당초 혐의와 관계없는 세금포탈이나 성범죄 혐의도 수사할 수 있다. 특히 범죄와는 무관한 사적인 정보도 모두 수사기관 손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전자정보에 대한 수색영장을 다소 넓게 발부하고,... -
9년 묵은 압색 정보도 대검은 갖고 있다
검찰이 피의자나 참고인 등으로부터 압수하거나 임의제출받아 보유 중인 스마트폰과 하드디스크 등 전자정보 복사본 가운데 절반 이상은 3년 이상 된 것이고 5년 이상 된 정보도 3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년 전 확보한 전자정보도 400건 넘게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검찰이 수사나 재판이 끝난 사건 관련 전자정보도 폐기하지 않고 계속 보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1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대검찰청 전국디지털수사망(D-NET) 관련 통계를 보면 올 2월 현재 D-NET에 보관 중인 압수수색 전자정보 4만9942건(경향신문 3월29일자 1·4면 보도) 중 2012~2018년에 저장한 3년 이상된 정보가 58.15%인 2만904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2~2016년 저장해 5년 이상된 정보는 32.20%인 1만6080건으로 밝혀졌다.특히 D-NET이 처음 구축된 2012년에 저장한 전자정보 7645건 중 여전히 폐기하지 않고 검찰이... -
(4)지문과 홍채 정보도 압수되고 있다
“컴퓨터와 관련된 프라이버시 권리가 특별하고도 두껍다는 것을 수사기관은 알아야 한다. 부당한 압수수색을 받지 않을 헌법상 권리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2018년 캐나다 대법원 판결)서울중앙지법은 2019년 피의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통신기기의 잠금해제용으로 지문과 홍채정보 등을 채취하라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당시 영장담당 판사가 충분히 연구해서 발부한 것은 아니고 검찰이 일단 넣어본 청구를 받아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이 법원 내부에 알려지자 스마트폰 잠금을 열도록 참고인과 피의자를 강제하는 데 생체정보가 쓰이는 것은 위험하지 않으냐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그러자 이후로는 지문이나 홍채정보라고 명시하는 대신 ‘압수·수색 대상: 전자정보가 암호화되어 있는 경우 암호해제된 상태의 전자정보’라고 적힌 영장이 나오고 있다. 머릿속에 있는 숫자나 패턴, 지문이나 홍채 등 암호를 밝히도록 강제하는 것은 헌법 위... -
‘수사 빌미’ 개인정보 검찰, 5만건 보관 중
‘디지털수사망 활용도’ 입수 수사·재판 끝나도 삭제 안 해 “위법한 별건 수사 동원” 지적검찰이 지난 8년여 동안 피의자나 참고인 등으로부터 압수하거나 임의제출받은 스마트폰과 하드디스크 등의 전자정보를 복제(이미징)한 데이터 14만여건을 서버에 저장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만건 가까이는 삭제하지 않고 지난 2월 현재 여전히 보관 중이다. 사생활 정보 등 각종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 이 데이터들은 검찰의 별건 수사와 피의자 방어권 무력화에 동원될 우려가 높다고 법조인들은 지적한다. 28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대검찰청 전국디지털수사망(D-NET) 스토리지 활용도’ 자료를 보면 검찰은 2012년 4월 D-NET 구축 이후 전자정보 이미징 데이터 14만1739건을 서버에 저장했고, 이 중 35.2%인 4만9942건은 지난 2월 기준으로 여전히 서버에 남아 있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데이터는 총 5만441건이 저장돼 1만4550건이 남아 있다.... -
(3)압수된 데이터는 삭제되지 않는다
“내무부 장관 명령만으로 주거 수색과 데이터 복제를 가능하게 한 비상사태법은 공공질서 보호와 사생활 존중 사이의 균형을 요구하는 1789년 인권선언에 위반되므로 위헌을 선언한다.” (수사당국의 ‘파리 테러’ 수사 과정에 대한 2016년 프랑스 헌법재판소의 결정)수원지검 강력부는 2011년 한 제약회사 회장의 배임 혐의 수사에 필요하다며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받아냈다. 회장 사무실에서 저장매체를 확보한 검사는 혐의 관련 자료만 추리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저장매체 자체를 검사실로 가져갔다. 다음날엔 저장매체를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로 보내 이미징(복제)했다. 그리고 해당 복제본을 자신의 개인 외장하드디스크에 다시 복제했다. 하지만 배임 혐의 수사는 진척이 없었고, 이후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났다. 이에 검사는 자신의 외장하드에 있는 복제본을 검색해 제약회사의 약사법 위반, 조세범처벌법 위반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 그런 뒤 이런 정보를 같은 수원지검 ... -
(2)‘죄’ 밝힐 정보만? 현실은 ‘인생’ 정보 통째로 압수
“과거 피의자의 진술이 가장 중요한 증거로 인식되던 시대에, 피의자의 진술거부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라고 한 판례의 정신은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에 대하여 그대로 관철될 필요가 있다.”(2015년 7월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요즘 수사기관이 압수수색하는 전자장비의 대부분은 휴대전화다. 2019년 경찰청이 전국에서 압수해 분석한 전자정보기기를 보면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가 전체의 82.4%(4만6551건), 노트북 등 컴퓨터가 12.9%(7295건)이다. 10년 전인 2009년에는 반대로 휴대전화가 12.0%(658건), 컴퓨터가 69.6%(3820건)였다. 특히 휴대전화는 기기를 통째로 압수하고 있다. 2012년 형사소송법이 바뀌어 원칙적으로 필요한 정보만 추출하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다. 2017년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휴대전화 압수수색의 98.9%가 통째 압수이고, 반면 컴퓨터는 15.1%가 통... -
(1)영장엔 버젓이 ‘암호 푼 상태로’…내 정보, 풀라면 풀어야 하나
사회가 디지털화되면서 수사기관의 전자정보 압수수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기존 압수수색과 차원을 달리한다. 디지털 데이터는 나도 미처 모르는 나에 관한 정보로 가득하다. 나의 삶과 의도를 재구성할 수 있는 데이터다.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은 무차별로 이런 정보를 수색·압수·축적·재생하고 있다. 인권의 보루인 법원도 통제장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라는 등의 위헌적인 영장을 발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수사기관의 명분과 처벌주의 여론에 편승하고 있는 것이다. 최첨단 전자정보 압수수색이 최악의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기관에서 프리랜서로 전산 업무를 하던 A씨에게 2018년 겨울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찾아왔다. 압수 장소도 맞지 않는 영장을 보여주며 노트북을 내놓으라고 했다.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이라면서도 협조하지 않으면 피의자로 전환해 구속할 수 있다고 했다. 과거 일하던 회사의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