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빌미’ 개인정보 검찰, 5만건 보관 중

이범준·전현진 기자

전자정보 압수수색 시대

[단독]‘수사 빌미’ 개인정보  검찰, 5만건 보관 중

‘디지털수사망 활용도’ 입수
수사·재판 끝나도 삭제 안 해
“위법한 별건 수사 동원” 지적

검찰이 지난 8년여 동안 피의자나 참고인 등으로부터 압수하거나 임의제출받은 스마트폰과 하드디스크 등의 전자정보를 복제(이미징)한 데이터 14만여건을 서버에 저장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만건 가까이는 삭제하지 않고 지난 2월 현재 여전히 보관 중이다. 사생활 정보 등 각종 민감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 이 데이터들은 검찰의 별건 수사와 피의자 방어권 무력화에 동원될 우려가 높다고 법조인들은 지적한다.

28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대검찰청 전국디지털수사망(D-NET) 스토리지 활용도’ 자료를 보면 검찰은 2012년 4월 D-NET 구축 이후 전자정보 이미징 데이터 14만1739건을 서버에 저장했고, 이 중 35.2%인 4만9942건은 지난 2월 기준으로 여전히 서버에 남아 있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데이터는 총 5만441건이 저장돼 1만4550건이 남아 있다.

검찰이 삭제하지 않고 저장해 놓고 있는 전자정보 데이터는 위법적인 별건 수사로 연결될 수 있다고 법조계는 지적한다. 이 데이터에는 수사 중인 범죄 혐의와 무관한 정보들까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D-NET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법원에 청구하고 더러는 받아낸다”면서 “저장한 데이터에서 새롭게 혐의를 찾아내는 것인데, 최근에도 수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에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민감한 사생활 정보 등까지 검찰의 손에 넘어가게 돼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피의자가 겁을 먹고 방어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압수한 전자정보를 D-NET에 저장하는 근거는 대검찰청 내부 예규인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 등이다. 그러나 법률에는 수사기관이 관리하는 전자정보를 통제하는 규정이 없다. 다만 법원이 압수수색영장에서 “전자정보의 필요성이 소멸된 후에는 지체 없이 삭제·폐기하여야 함”이라고 당부할 뿐이다.

대검 예규의 폐기 조항이 2017년에 생겼지만 판단·결정하는 주체가 검사이고 예외 규정도 너무 넓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D-NET에 저장된 정보가 삭제되지 않은 상태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많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D-NET에 저장한 데이터 대부분을 삭제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 들어 오래된 것들을 중심으로 폐기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대검에 D-NET 현황을 질의했지만 대검 디지털수사과는 “디지털포렌식 분야는 검찰의 수사기법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사항으로서, D-NET의 구체적인 이미지 건수 등을 공개하는 것은 계속 중인 재판 또는 수사에 중대한 영향을 초래할 염려가 있어 취재요청에 응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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