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의 96구…회심의 결승타…김광현 ‘간절함의 승리’

김은진 기자

애리조나전 5이닝 3피안타 1실점

11경기 만에 ‘2승’…1회만 26구

2회 좌중간 적시타, 승리 이끌어

“실점 최소화하려 매 타자에 집중

방망이 가벼운 것으로 바꿔 효과”

혼신의 96구…회심의 결승타…김광현 ‘간절함의 승리’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사진)이 두 달 만에 드디어 웃었다.

김광현은 1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전에서 5이닝 3안타 4사사구 1실점으로 세인트루이스의 7-4 승리를 이끌며 시즌 2승(5패)째를 따냈다.

4월24일 신시내티전 이후 두 달이 지나 무려 11경기 만에 승수를 보탰다.

김광현은 96개를 던졌다. 5이닝 치고는 투구수가 많았다. 1회에만 26개를 던졌다.

초반부터 실점하지 않기 위해 공이 몰리지 않도록 구석으로 제구하려다 볼이 많아졌다.

1회 선두타자 조시 로하스를 풀카운트 끝에 7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김광현은 2사 후 3번 에두아르도 에스코바르에게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줬다. 크리스천 워커에게 빗맞은 중전 안타를 허용하는 등 2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아스드루발 카브레라를 헛스윙 삼진 처리해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하지만 투구수가 초반에 크게 늘었다.

더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이번에는 일찍 내려가지 않겠다는 결심이 1회의 많은 투구수로 드러났다. 김광현은 경기 뒤 “지난 등판에서도 일찍 내려와 이번에는 ‘점수를 주지 않는 투구’를 하고 싶었다. 코너 워크에 신경 쓰다 볼이 많아졌는데 제구는 개선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초반 직구가 제구되지 않았지만 큰 위기를 탈출한 김광현은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위력으로 되살아났다.

96개 중 45개가 슬라이더였다. 삼진 5개를 잡아낸 결정구도 모두 슬라이더였다. 직구는 평균 시속이 143㎞에 그쳤지만 슬라이더는 최고 시속이 140㎞를 기록했다. 직구 같은 슬라이더에 애리조나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유일한 실점은 3회에 나왔다. 강습 내야 안타와 몸에 맞는 공으로 2사 1·2루 위기를 맞았고 카브레라에게 던진 체인지업에 적시타를 맞았다.

치고·던지고…혼자 다 했다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1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2회말 2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1회초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김광현. 세인트루이스 | AP연합뉴스

치고·던지고…혼자 다 했다 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이 1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2회말 2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1회초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는 김광현. 세인트루이스 | AP연합뉴스

그동안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던 김광현은 아예 결승타까지 직접 쳐 11경기 만의 승리를 결정했다.

0-0으로 맞선 2회말 2사 1·2루에서 상대 선발 라일스 스미스의 시속 149㎞ 싱커를 받아쳤다.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주자 둘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첫승을 거뒀던 4월24일 신시내티전에서 빅리그 데뷔 후 첫 안타를 친 지 68일 만에 안타를 추가했다. 올시즌 승리를 거둔 2경기 모두 직접 안타를 기록했다.

김광현은 4-1로 앞선 4회말 무사 1루에서는 움베르토 카스테야노스의 초구에 희생번트로 1루 주자 에드문도 소사를 2루로 안전하게 보내는 데 성공, 타자로서도 맹활약했다.

김광현은 경기 뒤 “전에는 아무리 길어도 6∼7경기 지나면 승리를 챙겼는데 이번에 내 개인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며 “‘다음에는 이기겠지’ 생각했는데 참 길어졌다. 오늘은 실점을 최소화하려고 매 타자에 집중했는데 그런 간절함이 행운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이날 결승타로 15년 전 안산공고 3학년 때 에이스이자 4번 타자로 타율 0.415(41타수 17안타)를 기록했던 기억을 소환했다. 김광현은 “방망이를 조금 가벼운 것으로 바꾸고 훈련했는데 효과가 있었다”며 ‘행운’에 감사했다.

세인트루이스의 중심타자 폴 골드슈미트는 김광현의 스윙 자체에 찬사를 보냈다. 골드슈미트는 “김광현은 정말 좋은 스윙을 한다. 강한 타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김광현의 2루타로 우리 팀이 주도권을 쥐었다”고 말했다. 골드슈미트는 이날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선발 김광현의 승리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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