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1번부터 9번까지 스윙이 똑같았다”…올림픽 야구 진단 ‘못다 한 이야기’

안승호 기자
김성근 소프트뱅크 코치 고문. 경향신문 DB

김성근 소프트뱅크 코치 고문. 경향신문 DB

국내 타자 벌크업·풀스윙 치중
해외·상위 레벨 투수를 만날 때
결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어
다양하고 개성있는 타법의 선수
공존해야 상황에 맞는 타격 나와

고영표와 젊은 좌완들 가능성 커
한국 야구 새로운 길을 고민해야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코치 고문인 김성근 전 감독은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한·일전이 열린 지난 4일 경기 관전평 부탁에 선뜻 답하지 못했다.

김 고문은 2018년 소프트뱅크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뒤 4시즌째로 그중 1군 코칭스태프에서는 2시즌째를 보내고 있다. 일본 야구대표팀 선수들도 가까이서 지켜봐 눈에 들어오는 게 많았지만 전쟁 같은 한·일전, 특히 올림픽 같은 큰 대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내놓는 한국 야구 대표팀에 대한 평가라면 혹여라도 엉뚱한 방향으로 영향을 끼칠까 걱정하는 듯 보였다.

김 고문은 한·일전 이튿날인 지난 5일 “라커룸에서 여기 사람들은 다 좋아했지만 혼자 웃지 못했다”며 관련 이야기를 다음으로 미뤘다.

지난 주말 김 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올림픽 야구를 다시 화두로 올려 그때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성근 “1번부터 9번까지 스윙이 똑같았다”…올림픽 야구 진단 ‘못다 한 이야기’

김 고문의 눈에 가장 크게 들어온 부분은 한국 타자들의 스윙이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타선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기복이 심했다. 특히 강백호와 양의지 등이 맡은 4번 자리에서 아쉬움이 컸다.

김 고문은 “1번부터 9번까지 스윙이 똑같았다”는 화두를 던졌다. 최근 KBO리그 타자들의 스윙은 하나의 이상적인 모델을 두고 서로 닮아가고 있다. 거침없는 풀스윙으로 자신 있게 돌리는 게 대세라면 대세다. 그게 오답은 아니지만, KBO리그에서 타법의 다양성은 사라져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 고문은 이에 “그렇게 쳐서 통했으니 그렇게 치는 것인데, 국내 리그에서는 그만큼 국내 투수들이 약해서 그 스윙으로 대부분 버틸 수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이를 낯선 투수 또는 상위 레벨의 투수를 만날 때 결과가 크게 다른 이유로 봤다.

한국 야구가 국제대회에 나갈 때면 성적으로 정점을 찍은 2008년의 베이징 올림픽 야구대표팀과 비교될 때가 많다. 당시 타선이 지금의 대표팀 타선보다 낫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당시 타자들이 자신에 맞는 스타일을 찾아 전체의 다양성을 가져왔던 건 사실이다.

김 고문은 “그때는 짧게 쳐도 날카로운 스윙을 하는 타자들도 있었다”고 기억했다. 실제 베이징 대회 결승전에서는 이종욱, 이용규, 고영민 등과 김동주, 이승엽, 이대호 등이 공존했는데, 면면이 개성 강한 스윙을 했다.

대표팀 투수진을 놓고는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김 고문이 그간 국내 야구인들과 통화해서 얻은 정보와 비교하자면 훨씬 더 소질 있는 투수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인 듯했다. “듣기보다 재미있는 투수들이 많았다. 젊은 왼손 투수들은 빠르고 가능성이 있어 보였고 일본전 선발로 나온 투수 고영표도 좋았다”며 “특히 고영표를 놓고는 여기 소프트뱅크 사이드암 투수들도 한번 만나 ‘그 볼 어떻게 던지는지 묻고 싶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김 고문은 “고영표가 미국전에는 변화구 한번 잘못 던져 맞았지만 잘 던졌다”고 칭찬했다.

김 고문은 몇몇 선수들의 외형 변화에 주목하기도 했다. “처음에 경기를 TV로 (한국 선수들을) 봤을 때는 다들 살이 쪘구나 싶었다. 얼굴을 보고 잘 알아보지 못하다가 유니폼 이름 보고 그 아이구나, 하고 알아봤다”고 말했다. 이는 대부분 선수들이 벌크업에 신경 쓰는 최근 KBO리그 분위기에 따른 현상일 수도 있지만, 김 고문은 구체적 평가를 아끼는 가운데서도 살짝 다른 각도에서 이를 바라봤다. 김 고문은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리드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훈련을 시키기 어렵고, 선수들 입장에선 갖고 있는 걸 개발 못하고 그런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리그 자체가 세대교체를 선언하고 있는데, 실제로 세대교체를 할 수 있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다만 지난 도쿄 올림픽 야구의 결과를 두고 계속 되짚고만 있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고문은 “중요한 건 (도쿄 올림픽은) 이미 지나갔다는 점이다. 이제 와서 뒤에서 선수 기용이 어떻고, 전술이 어떻고 비난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라며 “과거 속에서 헤매고 있으면 안 된다.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또 어떻게 새로운 길을 찾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침 KBO는 국제대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 인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사무국은 국가대표팀 장기 로드맵을 조만간 10개 구단 단장 모임인 실행위원회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KBO의 작업이 급한 불 끄자는 요식행위가 되면 안 된다. 김 고문을 비롯한 대부분 야구인은 여럿이 공감할 수 있는 안내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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