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안다”는 창사 사람들, 반한 감정 없이 친절

창사 | 김세훈 기자

국가대항전 승부욕을 ‘과잉 해석’

지난 20일 중국 창사에 도착할 때는 약간 불안함도 없지는 않았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로 인해 한국과 중국 양국 관계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배치를 강행했고 중국 정부는 강력한 경고장을 날렸다. 양국 문화교류뿐만 아니라 무역교역, 관광산업 등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민족주의, 국가주의 성격이 짙게 녹아 있는 축구 경기가 열렸다. 단순한 평가전이 아니라 월드컵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났다. 피해갈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외길 승부다.

정치와 축구가 이상하게 엮인 분위기 속에서 발을 들여놓은 창사는 너무 평온했다. 최소한 기자가 만난 창사 사람들은 친절했고 한국을 적대시하지 않았다. 모두 사드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한국을 미워한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도착 당시 공항에서 취재 기자단을 맞은 전세 버스 운전사는 매일 아침 4가지 신문을 본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사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은 미국의 요구가 아닌가”라며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이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며 “지금 사드로 인해 좋은 관계가 불편해진 게 너무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중전이 열린 허룽 경기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대학생들도 생각은 비슷했다. 한 20대 대학생 자원봉사자는 “한국에서도 사드 배치에 대해서 찬반 논란이 있을 것으로 안다”며 “어떤 곳이든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의견을 가질 수는 없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국 노래와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그는 “한국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어쨌든 양국의 우호적인 관계가 나빠진 것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창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고 밝혀도 우리를 친절하게 맞았다. 양꼬치집 사장, 식당 주인, 상점 아주머니, 택시 기사, 호텔 종업원 모두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적대시하는 눈치는 거의 없었다.

한·중전이 열린 당일. 경기장 안팎에서는 적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건 사드 때문이 아니라 중요한 축구 경기를 앞두고 상대를 흔들어서라도 상대를 이기고 싶은 자연적인 감정의 표현일 뿐이다. 그걸 누군가가 ‘사드 적대감’으로 해석한다면 그건 분명히 잘못됐다고 본다. 최소한 기자가 만난 창사 사람들은 한국을 지금도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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