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카드 흑역사’ 황의조가 끝낼까

이정호 기자

역대 올림픽 축구 출전한 WC들

박주영·손흥민 외 족적 못 남겨

해결사 황의조 발끝 ‘시선 집중’

한국 남자축구의 올림픽 도전사에서 와일드카드로 선발한 공격수로 재미를 봤던 기억은 거의 없다. 와일드카드가 처음 도입된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는 황선홍,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서는 김도훈이라는 레전드 공격수들이 출격했지만 득점 없이 대회를 마감했다. 그 사이 한국축구도 올림픽 조별리그 벽을 넘지 못했다.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는 조재진, 이천수, 최태욱, 최성국 등 공격 능력이 뛰어난 올림픽 연령 멤버를 앞세워 첫 올림픽 8강 역사를 썼지만 와일드카드 윙어 정경호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는 유일하게 와일드카드 공격수 없이 출전한 대회다. 박주영, 이근호, 기성용, 이청용, 백지훈 등 황금세대로 구성된 공격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단 2골에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받아들자 와일드카드 공격수를 뽑지 않은 선택이 비판을 받았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에 도전하는 김학범 감독은 와일드카드 3장 중 하나로 최전방 해결사 황의조(보르도)를 낙점했다.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 주역 조규성(김천 상무)과 오세훈(울산 현대)을 제외하는 예상 밖 결정을 내렸지만, 황의조를 선택한 것에 대한 이견은 없다.

황의조는 현재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한국 축구가 보유한 가장 확실한 공격수다. 지난 시즌 유럽 5대 리그로 꼽히는 프랑스 리그1에서 12골(3도움)을 넣었다. A대표팀에서도 손흥민과 호흡을 맞추며 물오른 결정력을 선보이고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와일드카드(득점왕)로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신뢰를 받고 있다.

와일드카드 공격수가 매 경기 득점을 올려준다면 금상첨화지만, 다득점이 쉽지 않은 이유가 있다. 그만큼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는다. 가장 성공적인 와일드카드 공격수로 평가받는 2012년 런던 대회 박주영(FC서울) 역시 세부 기록은 좋지 않다. 그렇지만 2골이 중요한 경기에서 나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유일하게 승리한 스위스전(2-1 승)에서 선제골,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2-0 승)에서도 전반 37분 역습 때 상대 수비 넷에 둘러싸인 상황을 개인기로 돌파하며 결승골을 기록했다. 한국축구를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시상대에 올려놓은 골이었다.

성적으로는 손흥민, 석현준(트루아)이 와일드카드로 가세한 리우올림픽 멤버가 더 낫다. 대표팀은 약체인 피지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8-0으로 승리했는데, 손흥민(1골), 석현준(2골)도 골을 신고했다. 이어 우승후보였던 독일과의 조별리그 맞대결(3-3 무)에서 황희찬을 시작으로 손흥민, 석현준이 1골씩 더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그렇지만 둘은 이후 조별리그 멕시코(1-0 승), 8강 온두라스전(0-1 패)에서 침묵했다.

김학범호에서 황의조는 최전방 공격수로 또 다른 와일드카드 멀티요원 권창훈(수원 삼성)의 2선 지원을 받으며 공격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그의 발끝으로 시선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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