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골프 부담’ 내려놓으라고…고진영은 ‘골프 사춘기’ 벗어났다고

류형열 선임기자 rhy@ kyunghyang.com
<b>저 하늘에 그리움과 기쁨이…</b> 고진영이 5일 LPGA투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고진영이 우승 트로피와 기념 부츠를 들고 웃고 있는 모습. 콜로니 | AFP연합뉴스

저 하늘에 그리움과 기쁨이… 고진영이 5일 LPGA투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고진영이 우승 트로피와 기념 부츠를 들고 웃고 있는 모습. 콜로니 | AFP연합뉴스

LPGA VOA클래식 ‘시즌 첫승’
통산 8승, 7개월 만에 챔프 복귀
“할머니 하늘에서 기뻐하실 것”
체력·스윙 보완해 올림픽 도전
한국 여 골프 ‘우승 가뭄’도 끝

고진영(26)은 18번홀 챔피언 퍼트를 마친 뒤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뭔가 뭉클한 감정을 느끼는 듯했다. 그의 감정을 북받치게 한 것은 돌아가신 할머니였다. “지난 3월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코로나19 격리조치 때문에 한국에 가지 못했다. 할머니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할 수 없었다.”

고진영은 5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총상금 150만달러)에서 우승한 뒤 가진 기자회견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이 지금은 천국에서 보고 계실 걸 생각하니까 뭉클했고, 분명히 좋아하실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오늘 무슨 말을 하셨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골프를 그만 치라고 말씀하셨을 것 같다”며 웃으며 말했다. “할머니는 늘 ‘네가 피곤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골프를 그만둬’라고 말씀하셨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정말 그리워요.”

고진영은 이날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를 잡고 보기는 2개로 막아 2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6언더파 268타를 기록, 마틸다 카스트렌(핀란드)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지난해 12월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 이후 7개월 만의 우승이자 LPGA 통산 8번째 우승이다.

할머니는 ‘골프 부담’ 내려놓으라고…고진영은 ‘골프 사춘기’ 벗어났다고

고진영은 이번 우승으로 2017년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부터 이어져 온 매 시즌 우승 기록을 5시즌으로 늘렸다. 우승 상금은 22만5000달러.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한 것은 기아 클래식의 박인비,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의 김효주에 이어 고진영이 세 번째다. 고진영의 우승으로 한국은 지난 5월 김효주 우승 이후 7개 대회 동안 이어졌던 우승 가뭄을 끝냈다. 이전까지 6번의 54홀 선두에서 4번이나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기회에 강했던 고진영은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고진영은 4번홀까지 3개의 버디를 기록하며 4타 차 선두를 질주했다. 파3 11번홀에서 보기를 하며 카스트렌에 1타 차로 쫓긴 고진영은 이후 샷이 흔들리며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뛰어난 위기관리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고진영은 “어제가 굉장히 힘들었다. 10년 넘게 18홀 이상을 친 적이 없었는데 32홀을 뛰었다. 너무 힘드니까 잠도 잘 못 잤다”면서 “우승해서 너무 기쁘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우승 없이 보낸 지난 몇 대회를 “ ‘골프 사춘기’ 같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고진영은 “버디를 하면 흐름을 타고 가는 것이 내 장점이었는데, 지난 몇 개월 동안 버디만 하면 그다음에 항상 공의 바운드가 좋지 않거나 무언가를 맞고 나가는 등의 불운이 있었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아, 골프 사춘기가 왔구나’ 하면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7일 26번째 생일을 앞두고 멋진 우승으로 생일 선물을 미리 받았다. 또 지난 목요일은 아버지 생일이었다. 고진영은 그날 8언더파를 쳤다.

고진영은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와 그의 딸이 일주일 내내 우리 집에 있었는데 브루커와 그의 딸은 정말 웃겨서 집에서 나를 많이 웃게 만들었다. 압박감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진영은 이달 말 열리는 에비앙 챔피언십만 뛰고 도쿄 올림픽에 출전할 예정이다. 고진영은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에비앙 챔피언십에 나가기 전까지는 체력이나 스윙감 같은 부분을 좀 더 완벽하게 보완할 것이다. 에비앙 대회에서 이것저것 시도를 해본 후에 도쿄 올림픽으로 건너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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