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처럼 되겠다던 아이들, 한국 축구 기둥으로

김세훈 기자

‘월드컵 4강’ 키즈 올림픽 첫 메달… 2014 브라질 월드컵 기대

기성용(셀틱)은 “2002년 월드컵을 보고 꿈을 키웠고 지금 국가를 대표하는 게 뜻깊다”고 말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도 “ ‘대한민국’이라는 함성을 들으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선수들은 2002년 키즈다. 열 살이 갓 넘은 시절 월드컵 4강 신화를 지켜보고 꿈을 키운 선수들. 그 후 10년 동안 공을 찬 어린이들이 어느새 자랑스러운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로 성장했다.

꿈이 노력을 낳았고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어린 시절 “나도 박지성처럼, 나도 안정환처럼 되겠다”고 꿈꿔온 선수들이다. 꿈이 있기에 즐겁게, 그리고 열심히 뛰었다. 그리고 꿈을 위해서라면 다른 걸 과감하게 포기했다.

홍명보 감독(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한국 올림픽축구대표 선수단이 12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꽃다발을 목에 걸고 손을 흔들고 있다. 인천공항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사진 크게보기

홍명보 감독(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한국 올림픽축구대표 선수단이 12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꽃다발을 목에 걸고 손을 흔들고 있다. 인천공항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기성용은 중학교를 중퇴하자마자 호주로 건너갔다. 구자철과 지동원(선덜랜드)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프로에 입문했다. 김영권(광저우), 황석호(히로시마), 김보경(세레소 오사카), 백성동(주빌로 이와타)은 국내에서 학교를 마친 뒤 일본 프로축구단에 입단했다.

현재 엔트리 18명 중 해외파가 무려 10명이다. 그리고 18명 선수 대부분이 대학생활을 포기하고 프로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 올림픽 축구 역사상 첫 동메달로 꿈을 이뤘다. 한국 축구가 세계 축구판에서 변방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그리고 2002년 월드컵 4강을 보고 키워온 꿈이 허망한 게 아니었다는 것도 말이다.

올림픽 동메달로 한국 축구는 희망으로 또다시 설레고 있다. 지금 런던올림픽 멤버가 국가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할 거라는 게 첫 번째다. 그렇게 되면 지금 다소 불안하게 여겨지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출전권 획득도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홍명보 감독 말대로 “이번에 병역혜택을 받을 선수들이 2002년 한·일월드컵 때처럼 한국 축구에 큰 자산으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브론즈 키즈의 탄생도 또 다른 희망이다. 런던 기적을 일궈낸 멤버가 2002년 월드컵을 보고 큰일을 해냈듯이 올림픽 동메달을 지켜본 어린 유망주들도 언젠가는 또 다른 기적을 이뤄낼 꿈을 꾸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올림픽 금메달, 원정 월드컵 4강도 현실이 될 수 있다.

홍 감독은 이런 런던 멤버를 “드림팀”이라고 했다. 미국 농구 국가대표들처럼 세계 최고 선수들로 꾸려져서 드림팀이 아니다.

홍 감독은 “처음에는 미진했지만 꿈을 가지고 큰일을 해낸 우리가 바로 드림팀”이라고 했다.

상황이 어려워도 꿈을 크게 갖고 노력하면 그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걸 런던올림픽팀이 보여줬다.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고, 그걸 보고 더 큰 꿈을 꾸는 어린이들이 있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는 그만큼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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