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애국’ 과잉 표출… 문제 없나 성찰해야

손제민·런던 | 류형열 기자

올림픽축구대표팀이 한·일전 승리 후 사상 첫 동메달을 땄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경기 후 박종우 선수가 펼친 ‘독도 세리머니’를 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정치적 행위라며 진상조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박 선수는 10일(현지시간)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3·4위전 직후 관중석에서 전달받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몇 시간 뒤 열린 경기여서 한국인 관중은 즉석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피켓을 만들었고, 박 선수가 경기가 끝난 뒤 승리의 기쁨에 겨워 별생각 없이 건네받은 것이다.

<b>논란 부른 이 장면</b>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의 박종우(왼쪽에서 두번째)가 11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독도는 우리 땅’이란 글이 쓰인 종이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카디프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논란 부른 이 장면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의 박종우(왼쪽에서 두번째)가 11일 영국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축구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독도는 우리 땅’이란 글이 쓰인 종이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카디프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대한축구협회와 박 선수는 사전 준비한 의도적 세리머니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박 선수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동메달도 받지 못할 위기에 놓여 있다. 누리꾼들은 박 선수를 동정하며 IOC의 조치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서는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IOC의 대응이 적절한지, 그리고 올림픽이 가진 정치적 성격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독도 문제만 나오면 과도하게 표출되는 애국주의에 대해서도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의 경우,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인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사실이 현지에 전해지면서 이런 분위기를 더욱 북돋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기 전 선수들은 독도 세리머니에 신중을 기하자고 약속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후반전 두 번째 골을 넣고 ‘만세삼창 골 세리머니’를 한 구자철 선수는 “원래는 ‘독도는 우리 땅’ 세리머니를 하려 했는데 당연히 우리 땅인 것을 표현하는 것은 유치하다고 생각했다”며 “기성용이 광복절을 앞두고 만세삼창을 하자고 해서 그대로 했다”고 말했다. 올림픽 헌장 50조는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과 기타 다른 지역에서 어떤 종류의 정치적, 종교적, 인종차별적 선전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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