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2020

웃는 선수 뒤엔 K코치 있었다

하경헌 기자

태국 태권도 사상 첫 올림픽 ‘금’
11년째 지도한 최영석 감독 비롯
일본 박주봉·중국 강경진 등
배드민턴에도 ‘지도자 한류’ 바람

최영석 감독(왼쪽)이 지난달 24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여자 태권도 49㎏급 결승에서 우승한 파니파크와 함께 태국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20여년간 태국 태권도를 이끌었던 최 감독은 올해 태국으로 귀화했다.  지바 | 연합뉴스

최영석 감독(왼쪽)이 지난달 24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여자 태권도 49㎏급 결승에서 우승한 파니파크와 함께 태국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20여년간 태국 태권도를 이끌었던 최 감독은 올해 태국으로 귀화했다. 지바 | 연합뉴스

도쿄 올림픽에서도 한국의 대중음악 ‘K팝’의 영향력이 입증되고 있다. 한국 선수단이 긴장을 풀기 위해 조직위원회에 요청해 틀기도 하지만, 한국 대중음악을 즐기는 해외 선수들 또한 심심치 않게 보인다. 지난 1일 여서정과 함께 기계체조 여자 도마 종목을 뛰었던 멕시코의 알렉사 모레노는 엑소의 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앞서 전 세계 스포츠에 깊숙이 스며들었던 또 하나의 ‘한류’가 있다. 바로 ‘K코치’들의 위력이다. 과거 한국이 강점을 보였던 올림픽 종목을 중심으로 많은 지도자들이 해외로 나가 관련 종목의 발전을 이루면서 한국의 이미지도 끌어올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이번 대회 ‘K코치’의 위력이 드러난 것은 개막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24일부터였다. 태권도 여자 49㎏급에서는 태국의 파니파크 옹파타나키트(24)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태국 태권도 사상 올림픽 첫 금메달이었다.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태권도 종목에 도전했던 태국으로서는 6번째 메달을 금으로 수확했다.

이 새 역사의 뒤에는 옹파타나키트를 주니어 시절부터 11년째 지도해온 한국인 지도자 최영석 감독(47)이 있었다. 2002년부터 태국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최 감독은 태국으로 귀화해 태국에 태권도 신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5일 남자 68㎏급 금메달을 딴 우즈베키스탄의 울르그벡 라시토프 역시 한국인 지도자를 거론했다. 역시 자국의 태권도 첫 금메달을 선사한 라시토프는 올림픽 6주 전 세상을 떠난 김진영 감독의 영전에 메달을 바치겠다는 소감을 말했다.

배드민턴에도 ‘지도자 한류’가 몰아쳤다. 이번 올림픽 주최국인 일본 선수단에는 9명의 외국인 감독이 있는데 박주봉 감독(57)은 유일한 아시아인이다. 2004년부터 수석코치로 일본 배드민턴과 인연을 맺은 박 감독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여자복식 금메달을 이끌어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번 대회 여자복식에서 김소영-공희용조를 꺾은 중국의 천칭천-자이판조의 뒤에는 강경진 코치(48)가 있다. 2017년부터 2018년 11월까지 한국대표팀을 이끌었던 강 감독은 2019년 9월 중국 대표팀 코치로 자리를 옮겼다. 중국 배드민턴 대표팀의 첫 공식 외국인 코치가 돼 여자복식을 전담했다. 천칭천-자이판조는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여자단식에서 동메달을 따 리우 대회 은메달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메달을 딴 인도의 푸살라 신두를 지도한 이 역시 전 한국대표팀 지도자였던 박태상 코치(42)다.

이밖에도 이번 대회 한국 육상 마라톤의 대표로 나서는 케냐 귀화선수 오주한 역시 케냐 유소년팀을 지도했던 오창석 감독이 발굴한 선수다. 오주한은 최근 별세한 오 감독의 영전에 메달을 바치겠다고 나섰다.

베트남 축구의 영웅이 됐던 박항서 감독의 사례처럼 세계로 뻗어나간 ‘K코치’의 위력은 각 나라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이미지도 개선하고 있다. 이번 대회 중 뉴욕타임스는 “태권도가 스포츠 약소국의 희망이 되고 있다”면서 “태권도는 K팝 이전 한국이 수출한 가장 성공적인 문화상품”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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