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립보건원 빼고 단독 특허 출원…모더나, 미국 정부와 백신 특허 분쟁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정부서 100억달러 지원 받고도 “독립적으로 개발” 주장

바이든 정부는 ‘부글’…법정 공방 땐 전 세계 방역 영향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제약회사 모더나 본사 앞에서 9일(현지시간) 에이즈 보건재단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에 반대하는 모더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케임브리지 | AP연합뉴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제약회사 모더나 본사 앞에서 9일(현지시간) 에이즈 보건재단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에 반대하는 모더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케임브리지 | AP연합뉴스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특허출원을 둘러싸고 미국 정부와 모더나 측이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부는 백신 개발에 참여한 국립보건원(NIH) 소속 과학자 3명이 핵심 특허권자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모더나는 자사 소속 과학자들이 단독 개발했다며 특허 신청에서 이들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으면 ‘세기의 백신’ 대접을 받고 있는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이 특허출원을 둘러싼 법정 공방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NIH와 모더나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인 지난 4년 전부터 백신 개발을 위해 협력해 왔다. NIH는 존 매스콜라, 바니 그레이엄, 키즈메키아 코르벳 박사 등 소속 학자들이 모더나 소속 학자들과 함께 백신이 면역 반응을 일으키도록 자극하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설계했으므로 ‘주 특허출원’란에 이름이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모더나는 지난 7월 미 특허청에 특허를 출원하면서 자사 소속 학자들만 주 특허출원자 명단에 올렸다. 모더나 측 대변인은 “NIH가 백신 개발에 실질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모더나 학자들만이 백신을 디자인했기 때문에 NIH를 핵심 특허출원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양측의 분쟁은 이미 1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더나가 1년 전 백신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을 당시 NIH는 보도자료에서 ‘NIH-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이라고 부르면서 NIH의 ‘지분’을 강조했다. 이 연구를 감독했던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당시 인터뷰에서 “우리 연구소의 그레이엄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실질적으로 개발한 백신”이라고 소개했다.

반면 스테판 방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파우치 소장의 발언에 대해 “이 백신 기술은 모더나에 의해 개발됐다”고 못 박았다. 모더나 측은 NIH와 협력했던 팀 외에 자체적으로 연구하던 모더나 소속 학자들이 독립적으로 염기서열을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는 이 같은 모더나의 태도에 분노로 속을 끓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14억달러를 무상으로 지원받고, 정부에 5억회분의 백신을 공급하는 대가로 81억달러도 받아챙기는 등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았다. 그럼에도 백신 지식재산권 유예 및 저소득 국가에 대한 백신 공급 확대 등에 대한 미국 정부의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내년 말까지 모더나 백신을 공급받기 위해 제공한 비용도 350억달러(약 41조20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정부와 모더나의 특허 분쟁은 전 세계 코로나19 방역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분쟁은 과학적 포상이나 자존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면서, NIH가 특허권 일부를 공동 소유할 경우 백신을 어디에서 제조해서 어느 나라에 먼저 공급할 것인지에 대해 미국 정부가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신 기술 라이선스를 제3자에 제공하는 데 있어서도 별도 제약을 받지 않고 이를 통해 수백만달러의 정부 수입도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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