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 로즈 장학생 출신 '먹물'은 어떻게 스타벅스 노조 운동 리더로 우뚝섰나

김유진 기자

지난해 12월9일 미국 뉴욕주 버팔로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흐른 지금, 노조가 이미 만들어졌거나 곧 설립될 스타벅스 점포는 140여곳에 달한다.

스물 다섯 살의 바리스타 제즈 브리작은 스타벅스에 노조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2020년 말부터 버팔로 엘름우드 애비뉴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한 그는 고객들이 주문한 라떼를 만드는 틈틈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냈다. 그리고 창업주 하워드 슐츠가 50년간 고수해온 무노조 경영 방침에 빠른 속도로 균열을 내고 있다.

스타벅스 노동조합 결성을 주도하고 있는 제즈 브리작(왼쪽에서 두번째)이 동료들과 함께 노조 결성을 기뻐하고 있다. @jazbrisack 트위터 캡처

스타벅스 노동조합 결성을 주도하고 있는 제즈 브리작(왼쪽에서 두번째)이 동료들과 함께 노조 결성을 기뻐하고 있다. @jazbrisack 트위터 캡처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인재 등용문으로 손꼽히는 ‘로즈 장학생’ 출신 브리작이 스타벅스 노조 조직화에 뛰어든 과정을 전했다. 미시시피대를 졸업한 브리작은 2018년 미 전역에서 32명만 뽑는 로즈 장학생에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수학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도 거쳐간 세계적 장학 프로그램의 학생들은 대개 미 정계와 재계, 학계로 진출한다.

브리작은 달랐다. 노조 운동이야말로 “시간과 재능을 쏟아부을 긴급한 문제”라고 여긴 그는 버팔로로 이주했다. 미 전역의 스타벅스 매장 약 9000곳 가운데 단 한 곳도 노조가 없는 현실을 바꾸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학부 시절 미시시피주의 닛산 공장 노조 조직화 운동에 참여했던 경험도 자양분이 됐다.

그는 주중에는 노동자 연합(WU) 뉴욕주 지부 상근 활동가로, 주말에는 스타벅스 바리스타로 일하기 시작했다. WU 지부장 게리 보나도나는 “(스타벅스에) 취직해서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그는 업계에 대해서 배우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브리작은 주말이면 새벽 5시에 기상, 매장에 출근한 뒤 영업 준비를 한다. 평일에는 동료 활동가들과 노동운동 전략을 논의하거나, 미국 각지의 스타벅스 노동자들과 화상으로 만나 조직화 노하우를 공유한다. 지난해 가을 이후 벌써 수백번 넘게 화상 회의를 열었다.

스타벅스 사측은 브리작과 같은 ‘외부 세력’이 스타벅스 노조 결성을 주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 브리작은 노조로부터도 월급을 받는다. 그러나 NYT는 스타벅스 직원들이 먼저 노조 측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지 노조가 노동자들을 찾아나서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브리작을 포함한 스타벅스 직원 겸 노조 활동가들이 고질적인 인력 부족, 사측의 저임금 체계 등을 비판하지만 스타벅스 특유의 문화를 포용하는 등 기업에 대한 호감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9일 미국 뉴욕주 버팔로 엘름우드 애비뉴의 스타벅스 노동자들이 노조 찬성 투표가 가결된 이후 기뻐하고 있다. @SBWorkersUnited 트위터

지난해 12월9일 미국 뉴욕주 버팔로 엘름우드 애비뉴의 스타벅스 노동자들이 노조 찬성 투표가 가결된 이후 기뻐하고 있다. @SBWorkersUnited 트위터

브리작은 노조 활동을 지지하는 성향이 높고 시장 중심적인 정책에 비판적인 미국 젊은 세대를 대표한다. NYT는 브리작의 동료 로즈 장학생 가운데도 1980~90년대의 시장 중심 기조에 회의적이고 노조에 친화적인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미국 2030 세대의 노조 지지도가 크게 높아진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에 따르면 18~34세의 노조 지지율은 77%로 35~54세(63%), 55세 이상(65%)보다 크게 웃돌았다. 노조를 지지한다는 응답도 미국 대졸자들의 경우 약 70%로 1990년대 대졸자들의 50%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로즈 장학생 출신 노조 활동가라는 특이한 경력을 지닌 브리작의 이야기는 이미 미국 주요 언론들을 일제히 장식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그를 차세대 지도자 명단에도 올렸다. 뉴욕타임스 노동 담당 기자 노암 샤이버는 트위터에서 기사를 쓴 이유에 대해 “앞으로 최소 몇 십 년간은 그의 이름이 거론될 것이기 때문에 초반에 발을 담그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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