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 갇힌 중동난민 2000명 어떡하나

김윤나영 기자

폴란드 “EU 제재받자 보복 조치로 보내”

벨라루스 “이들은 공격적인 행동 안 해”

EU의 난민 인권탄압 이미지 부각 의도

폴란드 국경수비대가 8일(현지시간)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이 있는 동쪽 쿠즈니카 지역에 세운 철조망 근처에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경비를 서고 있다. 쿠즈니카|AP연합뉴스

폴란드 국경수비대가 8일(현지시간)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이 있는 동쪽 쿠즈니카 지역에 세운 철조망 근처에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경비를 서고 있다. 쿠즈니카|AP연합뉴스

폴란드가 동쪽으로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에서 온 난민 2000여명의 유입을 막아섰다. 벨라루스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받은 제재에 보복하려고 일부러 중동에서 온 난민들을 유럽 쪽 국경으로 내보내고 있다고 폴란드는 주장했다. 국경 지대에 갇힌 난민들의 인도적 위기가 커지고 있다.

벨라루스 국영 벨타통신은 8일(현지시간)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난민 2000여명이 폴란드 국경선에 세워진 철조망 울타리에 막혀 있다고 보도했다. 폴란드는 병력 1만2000명을 동원해 벨라루스 국경을 넘으려는 난민들에게 최루가스를 쐈다. 일부 이민자들은 최종 목적지가 “독일”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폴란드는 서쪽으로 독일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난민 대부분은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전쟁과 빈곤을 피해 왔다. 한 쿠르드족 난민은 벨타통신 인터뷰에서 “아이들과 임신부도 있는데 물, 음식, 따뜻한 옷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쿠르드족 난민은 1만5000~2만유로(2050만~2740만원)를 내고 벨라루스 민스크행 항공편을 탄 뒤 폴란드 국경까지 왔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국경에 갇히는 동안 난민 최소 8명이 저체온증 등으로 사망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폴란드와 EU는 벨라루스 정부가 지난 6월 EU의 제재를 받자 보복하려고 난민 유입을 조장했다고 주장한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반정부 인사 체포를 위해 지난 5월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켰다가 EU로부터 인권 침해 혐의로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반발한 벨라루스 정부가 ‘난민의 인권을 탄압하는 유럽’ 이미지를 부각하려 한다는 것이다. 피오트르 바브르지크 폴란드 외무차관은 “벨라루스가 가급적 총격이 가해지고 사상자가 발생하는 중대한 사건을 일으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EU는 난민 유입에 난색을 보였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벨라루스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민자를 수단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벨라루스에 대한 추가 제재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폴란드 국경수비대는 9일 오전부터 벨라루스와 국경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폴란드 상원은 최근 벨라루스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안건을 승인했다. 폴란드는 EU에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한 장벽 건설 기금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벨라루스는 유럽국가들이야말로 난민 인권을 탄압한다고 꼬집었다. 안톤 비치코프스키 벨라루스 국경관리 당국자는 벨타통신 인터뷰에서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이들 누구도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고 공격적으로 행동하지도 않는다”면서 “이들은 인권을 준수하지 않는 폴란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하고 폴란드의 강제 추방을 피하기 위해 대규모로 집결했다”고 말했다.

폴란드 인권단체들은 7일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에서 폭력 사태가 확대될 위험이 크다”면서 폴란드 정부가 국경에 발이 묶인 난민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동에서 온 난민들이 8일(현지시간)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에 갇혀 있다. 벨타AP연합뉴스

중동에서 온 난민들이 8일(현지시간) 벨라루스와 폴란드 국경에 갇혀 있다. 벨타AP연합뉴스

폴란드-벨라루스 국경 지도. 구글 지도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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