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90%가 폐허로 “죽음의 수용소”가 된 우크라 마리우폴

김혜리·정원식 기자

러군에 포위 남부 항구도시

“30일간 난방·물 사용 못하고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

어린이 포함 5000여명 사망

남은 12만명 피란길도 막혀

차마 볼 수 없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6일(현지시간) 한 주민이 폐허가 된 거리에서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러시아군이 한 달 가까이 포위 공격하고 있는 마리우폴은 식수, 식량, 전기가 모두 끊긴 상태로 고립돼 있다. 아직도 도시에는 약 12만명이 남아 있지만, 러시아군은 국제구호단체의 인도적 접근마저 가로막고 있다. 마리우폴 | 타스연합뉴스

차마 볼 수 없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6일(현지시간) 한 주민이 폐허가 된 거리에서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러시아군이 한 달 가까이 포위 공격하고 있는 마리우폴은 식수, 식량, 전기가 모두 끊긴 상태로 고립돼 있다. 아직도 도시에는 약 12만명이 남아 있지만, 러시아군은 국제구호단체의 인도적 접근마저 가로막고 있다. 마리우폴 | 타스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북서부에서 병력을 철수해 동남부 공격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에 포위된 상태인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은 이미 인도적 위기가 심각한 상태다. 민간인 수천명이 숨졌고 기반시설이 거의 다 파괴돼 ‘사람이 살 수 없는 도시’가 됐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6일(현지시간) 최근 몇주간 러시아군의 포격과 시가전으로 민간인 50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그중 210명은 어린이였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이 도시 전체를 죽음의 수용소로 만들었다”며 “(마리우폴은) 제2의 아우슈비츠”라고 표현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병원을 포격하면서 한곳에서만 50명이 불타 숨졌고 도시 기반시설의 90% 이상이 파괴됐다고 덧붙였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반군 점령 지역인 돈바스와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마리우폴을 장악하면 돈바스와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육로가 완성되기 때문에 러시아군은 한 달 넘게 이곳을 집중적으로 포격하며 공세를 펼쳐왔다.

보이첸코 시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이 지난 30일간 난방은 물론 물조차 쓰지 못했다”면서 “현재 상황은 이미 인도적 재앙 수준을 넘어섰다. 마리우폴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도 이날 “마리우폴에 남은 대부분의 주민이 통신이 끊긴 채 햇빛도, 약도, 물도 없는 상태로 고립돼 있다”고 밝혔다.

마리우폴시 당국에 따르면 아직 주민 약 12만명이 이 도시에 남아 있다. 하지만 민간인 대피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지난 1일 마리우폴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버스 54대 등 차량을 이끌고 호송을 시도했지만 “도저히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인근 자포리자시로 발길을 돌렸다.

다음날인 2일 재차 호송을 시도한 구조팀은 러시아군에 연행됐다가 5일 석방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학살의 증거를 은폐하기 위해 마리우폴에 대한 인도적 접근을 막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러시아 최고 지도부는 마리우폴에서 자국이 저지른 범죄의 증거를 없애라고 명령했다”며 러시아군이 이동식 화장터를 설치해 시신을 불태워 학살 흔적을 감추려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피해를 키울 수 있는 신형 대인지뢰를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동부 하르키우 인근에서 우크라이나 폭발물 전문가들이 러시아군의 신형 대인지뢰 POM-3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대인지뢰는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특성 탓에 비인도적 무기로 간주된다. 특히 발로 밟거나 연결된 선을 건드리면 폭발하는 일반 지뢰와 달리 POM-3는 센서로 사람의 발소리를 감지해 폭발한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화력을 집중시키며 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돌입함에 따라 지뢰에 의한 위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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