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종전 위해 우크라 땅 포기 안 해” 영토 사수 의지 재확인

박은하 기자

“크름반도·돈바스 안 넘겨”
서방 휴전 제안에 선 긋기
여론도 ‘영토 할양 반대’ 우세

러, 동부 루한스크에 맹폭
푸틴, 모병 연령 상한 폐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할 의사는 없다고 28일(현지시간) 재차 확인했다. 러시아는 동부 루한스크 지역에 맹렬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와 인터뷰하면서 “군사적으로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를 회복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2월24일 이전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크름반도(크림반도)나 돈바스를 러시아에 줄 준비가 돼 있지 않고 결코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서방 일각에서 나오는 휴전 제안에 분명한 선을 그은 것이다. 이달 들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즉각적인 휴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9일 사설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평화를 달성하려면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일부 영토를 포기하는 것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3일에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다보스포럼에서 “우크라이나는 루한스크·도네츠크의 일부 영토를 되찾을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영토 할양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키이우(키예프) 국제사회학연구소가 지난 13~18일 우크라이나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2%가 ‘영토 포기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러시아와의 분쟁이 2014년 크름반도 무혈점령→돈바스 내전→우크라이나 영토에서의 전면전으로 확대돼온 경험도 우크라이나가 양보를 수용하지 않게 된 원인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동부 루한스크 지역에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돈바스 요충지인 리만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리만에서 동쪽으로 60㎞ 떨어진 세베로도네츠크는 포위 상태에서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렉산드르 스트리욱 도네츠크 민간행정책임자는 세베로도네츠크에 전기와 물이 끊겼고 러시아군이 주민들이 물을 얻기 위해 모일 때를 노려 폭격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베로도네츠크와 강 하나를 두고 마주보는 리시찬스크도 러시아군의 공격을 피해 주민들이 외부로 빠져나오고 있다. CNN은 시내 묘지에 시신 160구 이상이 방치돼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해방될 때까지의 시간은 매일 짧아지고 있다”면서도 “세베로도네츠크, 리시찬스크 등에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미국과 덴마크로부터 155㎜ 곡사포와 하푼 대함미사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화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요구해온 다연장로켓 발사 시스템 제공도 적극 검토 중이다.

러시아군의 병력 손실도 만만치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2월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러시아군 전사자 수가 3만명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계약제 군인 모집에서 연령 상한을 없애는 군복무법 개정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40세가 넘는 사람도 지원이 가능해졌다. 병력 부족을 보충하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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