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시민들 “바이든 방문에 행복했다”…미국의 우크라 지원 확신도

“침공 1년 되는 때 러시아 대공습 예고…사람들 두려워해”

친러 대통령 축출 ‘유로마이단 혁명’ 9주년 날 의미 더해

우크라이나 유로마이단 혁명 9주년인 20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유로마이단 광장 한쪽에 걸린 당시 희생자들과 전사한 군인들의 사진 앞에 꽃이 놓여 있다.

우크라이나 유로마이단 혁명 9주년인 20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유로마이단 광장 한쪽에 걸린 당시 희생자들과 전사한 군인들의 사진 앞에 꽃이 놓여 있다.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깜짝 방문’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민들은 “기쁘다”는 반응과 함께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쯤 기차로 키이우에 도착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뒤 오후 1시쯤 폴란드를 향해 떠났다.

키이우 중앙역 인근에 사는 피트니스 강사 다샤(25)는 “오전 7시부터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검은 차량이 군인들 사이로 지나가는 걸 봤다”면서 “(바이든의 방문 소식에)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침공 1년이 되는 2월24일) 러시아의 대공습이 있을 거란 얘기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바이든은 우리가 혼자가 아니란 사실을 알려줬고, 이를 세계에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키이우 중심가 유로마이단 광장에서 만난 올렉산드르(42)는 “바이든이 속한 세계의 사람들은 문명화된 세계, 진보, 시민적 가치, 정의와 진실, 자유, 그리고 존엄을 우리에게 보여줬다”면서 “세계의 지원에 힘입어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로마이단 혁명 9주년을 맞아 300㎞ 떨어진 흐멜니츠키에서 온 그는 “오늘이 그날이라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매우 상징적이고 중요하다”면서 “중대하고 진지한 우크라이나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2013년 말 친러시아 성향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논의를 중단하자 이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수도 키이우와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났다. 2014년 2월20일 경찰특공대가 유로마이단 광장에 모인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100여명이 사망하는 유혈 사태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키이우에 들어와 있던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들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유혈 사태를 계기로 경찰마저 등을 돌리면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축출됐다. 러시아는 이 같은 혼란을 틈타 나흘 뒤인 2월24일 크름(크림)반도를 무력으로 침공해 장악했다. 뒤이어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동부 돈바스 지역 러시아계 주민들이 분리·독립을 주장하면서 내전이 시작됐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광장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유로마이단 혁명 때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려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꽃과 촛불로 망자를 기렸다. 시민단체 활동가인 막심(45)은 “바이든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 소식에 매우 기쁘다”면서 “바이든과 미국 정부는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인들을 돕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응원하는 유튜브 영상을 찍기 위해 20일(현지시간) 유로마이단 광장을 찾은 10대 소녀들.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응원하는 유튜브 영상을 찍기 위해 20일(현지시간) 유로마이단 광장을 찾은 10대 소녀들.

광장 한쪽에서는 10대 후반 소녀들이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고 외치는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광장 근처 패스트푸드 매장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손에 핫도그를 든 합성 사진이 붙어 있었다. 유로마이단 혁명에 참여했던 시민단체 ‘베테랑 허브’ 활동가 마리아는 “9년 전 정부 결정에 대해 분노가 폭발해 전 연령대의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저항하는 경험을 했다”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이 지금 전쟁에서 강하게 저항하는 것은 ‘존엄혁명’(유로마이단 혁명)의 유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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