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전쟁 시작은 서방”…‘핵무기 통제조약’ 참여 중단 선언

정원식 기자

침공 1주년 앞두고 국정연설

<b>“모든 것은 서방이 자초”</b>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연례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모든 것은 서방이 자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연례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화할 의사 계속 보여줬으나
서방은 나토 확장 등으로 응수
우크라, 서방의 인질로 전락”

경제 제재엔 ‘위기 극복’ 주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조약 참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한 것은 서방이며 러시아는 전쟁을 막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스푸트니크통신 등 현지 매체와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상·하원 의원과 군 지휘관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연설에서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미 국무부는 러시아가 뉴스타트에 따른 핵사찰 요구를 거부하는 등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10년 체결된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실전 배치된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줄이고 이를 확인하기 위한 상호 핵시설 사찰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991년 미·소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스타트)의 후신으로 미·러 양국의 핵무기 실전 배치 규모를 제한하는 것이 목표다. 10년 기한의 뉴스타트는 2021년 2월 5년간 연장돼, 2026년 2월까지 유효하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추가 연장 협상은 답보 상태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누구도 세계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할 수 있다는 위험한 환상에 빠져선 안 된다”며 미국이 먼저 핵실험 할 경우 러시아 국방부와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도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서방에 돌리며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부터 서방과 무기 공급에 대해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했으나 서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돈바스 주민들은 러시아가 자신들을 구해주러 올 것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돈바스 해방을 침공 명분으로 내걸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서방이 지역 분쟁을 글로벌 분쟁으로 확대하려 한다”며 “ 확전 책임은 서방 엘리트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두 달 전인 2021년 12월 미국과 나토에 안전보장과 관련한 입장을 전달했다며 “러시아는 수년간 대화할 의사가 있음을 서방에 보여줬으나 무시당하고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은 러시아와 싸우기 위해서라면 테러리스트, 나치, 악마까지도 이용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의 나라를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정복한 서방국가의 인질이 됐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해마다 의회를 상대로 국정연설을 해왔으나 지난해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취소했다. 국정연설은 2021년 4월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이날 연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전격 방문한 다음날이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사흘 앞두고 이뤄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서방의 경제 제재와 관련해 “제재를 시작한 이들은 그들 자신을 벌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나라에서 물가 상승, 공장 폐쇄, 에너지 부문 붕괴를 촉발하고는 시민들에게 러시아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이 줄었지만 여전히 세계의 많은 지역과 교역 중이라며 “러시아 경제는 모든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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